불확실성이 커진 세계 경제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공급 충격으로 에너지 가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웃돌면서 세계적 물가 상승 추세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의견도 적잖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경제동향에서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났다. 특히 중국의 전력난과 기업의 채무 불이행 위기 등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세계 경제 곳곳에 불안요소가 동시다발적으로 작동하는 데다 원·달러 환율까지 상승하면서 회복세를 타던 우리 경제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124.61로 전달보다 2.4% 올라 5개월 연속 상승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6.8% 뛰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시장이 너무 불안정한 상황인 데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는 작은 사건만 터져도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수 있다”면서 “한국은 에너지 자원 의존도가 100% 수입이고 에너지를 많이 쓰는 산업 중심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유가 상승에 더 큰 타격을 입게 된다”고 우려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상호연계성과 상승작용으로 인해 파급력이 증폭하는 퍼펙트 스톰이 생길 수 있으므로 리스크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홍 부총리는 “환율이 시장 수급에 의해서 조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투기적 요인에 의해 급등락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면밀하게 환율 동향을 관찰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면 세계 경제 회복세의 발목을 잡아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세계적 경제학자인 스티븐 로치 예일대 경제학과 석좌 교수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CNBC와 인터뷰에서 “공급망 병목현상이 세계 곳곳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이는 우리가 1970년대 목격한 스태그플레이션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 경기가 최근 들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작년 대비 수치가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해 경기가 워낙 나빴던 데 따른 기저효과임을 고려하면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는 스태그플레이션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물가 상승은 코로나19 회복 과정에서 나타나는 ‘조정’이란 시각도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계적 경기 회복과 공급망 차질이 겹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본다”며 “인플레이션은 상당 기간 지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경기 현재 공급 문제가 해소되면 물가 상승세도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큰 흐름은 ‘회복’”이라고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와 IMF는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며 스태그플레이션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