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높아진 가계대출 문턱이 4분기 한층 더 높아진다. 금융사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대출 금리 인상 등으로 가계 신용위험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12월까지 대출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정부가 대출 실수요자 구제에 나서면서 전세자금대출은 다소 숨통이 트이겠지만, 신용대출을 포함한 일반대출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4분기 국내은행의 대출태도 지수는 가계주택대출이 -15, 가계일반대출이 -32로 나타났다. 주택대출은 지난 분기 -35에서 20포인트 올랐지만, 일반대출은 -29에서 3포인트 더 내렸다.
가계 신용위험이 높아진 것도 대출 태도 강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의 가계 신용위험지수는 3분기 6에서 4분기 18로 껑충 뛰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취약차주의 소득개선 지연 우려, 대출 금리 상승 등으로 전 분기에 비해 가계 신용위험이 큰 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암울한 가계 대출태도 전망에서도 주택대출 상황은 다소 개선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실수요자 피해를 막기 위해 전세자금대출은 대출총량 관리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힌 후 시중 은행들은 전세대출 취급을 확대하는 추세다.
NH농협은행은 이날부터 전세대출을 재개했다. 지난 14일 당국이 전세대출을 총량관리 대상에서 면제해주기로 한 데 따른 조치다. 앞서 농협은행은 가계대출 증가율이 금융당국의 목표치인 6%를 넘자 8월부터 전세대출과 부동산 관련 대출 등 일부 가계대출 신규 취급을 중단했다.
다른 은행들도 조였던 전세대출 규제를 조금씩 풀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영업점별로 대출한도를 부여해 대출을 판매하고 있는데, 국민은행은 이날부터 한도 제한에서 전세대출은 제외하기로 했고, 우리은행은 이번 주 중 영업점들에 전세대출 한도를 추가로 배정할 예정이다. 신한은행도 이날부터 모집인 전세대출의 5000만원 한도 제한을 해제했다.
동시에 실수요자를 구분하기 위한 작업은 더 깐깐해진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에 이어 NH농협은행도 이날부터 전세대출 갱신 한도를 전셋값 증액 범위 내로 제한했다. 또 전세자금 대출 신청 시점은 전세계약서상 잔금 지급일 이전까지만 허용하고, 1주택자의 경우에는 비대면이 아닌 은행 창구에서만 대출 신청이 가능하게 했다.
이런 전세대출 3종 규제는 지난 15일 5대 시중은행(KB·NH·신한·하나·우리)이 합의한 내용으로, 이달 말이면 5대 은행이 모두 시행할 전망이다.
한편, 은행권의 기업에 대한 대출태도는 크게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은의 대출행태서베이에서 4분기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3으로 예상됐다. 지난 분기 대기업 -9, 중소기업 -3에서 크게 개선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