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최종 대선 후보 선출 전 9번의 TV토론 중 네 번째인 부산·울산·경남 합동 TV토론회를 19일 치른 가운데 4명의 후보는 윤석열 후보의 과거 검찰 수사가 정치적인 보복·과잉수사라며 윤 후보의 책임을 추궁했다. 윤 후보는 “법에 따라야 한다”며 대통령도 헌법과 법률 밖의 존재가 아님을 강조했다. 원희룡 후보는 홍준표 후보의 수소정책 실현 가능성을 지적하며 홍 후보의 실수를 끌어내는 등 ‘홍준표 킬러’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홍 후보는 이날 부산 MBC에서 열린 합동 TV토론회에서 윤 후보에게 “대통령의 통치 행위는 사법 심사의 대상이 안 된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북송금 관련해 수사대상에서 빠진 점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공천에 관여했다 기소된 것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홍 후보의 질문에는 검찰이 과거 박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의 특활비로 경선 여론조사를 진행한 것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것은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대한 무리한 판단이라는 의도가 깔렸다. 윤 후보는 이에 “통치행위는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있다”면서도 “박 전 대통령은 국정원 자금으로 공천에 반영하는 여론조사 비용을 쓴 것을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유승민·홍준표 후보는 윤 후보를 겨냥해 ‘도덕성 리스크’를 지속해서 제기했다. 유 후보는 “윤 후보가 ‘2년 털어도 나온 게 없다. 다른 후보는 겁이 안 나니까 안 털었다’고 했는데 정치 21년 하면서 이런 모욕은 처음 들었다”고 비판했다. 윤 후보는 유 후보가 ‘21년 정치하면서 먼지 하나 안 나왔다’라고 하자 과거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인사청탁을 하는 문자를 보낸 사실을 언급하며 유 후보의 아픈 곳을 찔렀다. 윤 후보는 홍 후보가 “외신에서 한국의 대선이 최후의 생존자 1인만 남기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처럼 되고 있다고 한탄했다”고 꼬집자 “홍 후보도 해당하는 것 아니냐”고 되받아쳤다.
토론 말미에 “가장 토론을 잘한 후보를 뽑아 달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윤 후보는 “유 후보가 정책면에서 제일 잘한 것 같다”고 답했다. 홍 후보와 원 후보는 서로를 지목했다. 유 후보가 “윤 후보의 토론 실력이 갈수록 는다”고 덕담하자, 윤 후보는 “(유 전 의원이) 제 토론 실력을 늘게 하였다”고 웃으면서 화답했다. 토론 중에는 원 후보와 홍 후보가 공약한 수소생태계 경제에 대해 “수소를 무엇으로 만드냐”고 물어보자 홍 후보는 “수소는 H2O(물)가 아니냐”고 답했다. 원 후보가 원소 기호 H2O가 물인 것을 지적하자 홍 후보는 “지난번에도 원 후보한테 당했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홍 후보는 토론회 직후 페이스북에 “수소를 어떻게 만드는지 사실 몰랐다. 토론할 때마다 꼭 미세한 각론으로 골탕을 먹이는 원 후보를 다음 토론 때부터는 조심해야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를 상대로 한 야권 후보들의 지지율이 올라가면서 후보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창당 후 가장 높은 41.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15~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이날 발표한 ‘차기 대선 가상대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대 윤석열’ 가상대결에서 이재명 후보는 35.4%, 윤 후보는 37.1%를 기록했다. 이 후보는 전주 대비 0.4%포인트 하락했고, 윤 후보는 3.9%포인트 상승했다. 이 후보와 홍 후보 가상 양자대결에서도 이 후보는 전주 대비 0.6%포인트 하락한 34.6%를 기록해 홍 후보(35.9%)에 뒤처졌다. 홍 후보는 전주 대비 2.9%포인트 올라 윤 후보와 함께 상승세를 보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한편 윤 후보 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된 주호영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한 “2030은 정치인들의 그 이전의 일들은 잘 기억하지 못하고 지금 가까이 뉴스를 접하고 보는 것 갖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는 발언이 청년 비하 논란에 휩싸이자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만에 하나 그렇게 들렸다면 세심하지 못한 제 불찰”이라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