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한반도 정세와 대북 문제 등에 진척을 보려는 한국과 주변국의 노력이 본격화하는 와중에 이뤄졌다. 한국의 외교일정에 맞춰 미사일을 쏘면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대화 재개의 진정성을 확인하려는 다목적 의도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근 한·미·일 고위급 회동이 이뤄지면 곧잘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사한 이날은 한·미·일 3국 정보수장이 비공개 회동에 나서고, 3국의 북핵 수석대표가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자신들을 배제한 채 대북 회동을 하는 한·미·일을 향한 불만 표출과 함께 한국 등의 대화재개 진정성을 확인하면서 ‘몸값 높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미·일 대북 공조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이들 국가를 압박하고,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미사일 발사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양 교수는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로 한국이나 국제사회가 도발행위로 규정할 경우 대화를 거부할 명분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남북통신선 복원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운 적대정책 철회 등의 잣대로 한국 측의 반응을 유심히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올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국방력 강화를 위한 5개년 계획을 천명한 이후 신무기 개발에 따른 일정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북한은 장거리 순항미사일, 열차 발사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지대공미사일 등 지난달에만 네 차례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신형 미사일 시험발사를 이어왔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1일 국방발전전람회 기념연설에서 무적의 군사력 보유와 지속적인 강화를 최중대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남한 측의 일련의 행사를 겨냥했을 여지도 있다. 이날은 닷새 일정으로 열리는 서울 국제 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개막일이다. 또 이틀 뒤인 21일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발사되는데, 북한이 ‘김빼기 방식’의 선제 대응에 나서려 했을 수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ICBM 발사까지 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ICBM 발사는 레드라인을 넘는 것이기 때문에 원유공급 중단과 관광 금지 등 국제사회의 초강력 제재를 받을 수 밖에 없고, 중국도 묵인할 수 없다”고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러면서 “북한이 실리가 없는 ICBM 발사에 나설 가능성은 극히 낮고, 아직 미완성인 극초음속 미사일이나 SLBM를 다시 시험발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2월이면 베이징올림픽이 시작되니까 아무래도 내년 1월과 2월에는 시험발사를 자제할 수밖에 없다. 그전까지 최대한 신형무기 테스트를 진행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