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 10건 중 1건이 검찰 단계에서 기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중앙지검의 기각률은 18%나 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수사권이 커졌지만 영장 청구권은 여전히 검찰이 독점하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검경 갈등은 더 빈번해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올해 1∼8월 검찰에 신청한 압수수색(일반·계좌추적·검증) 영장 25만9221건 중 2만8396건(11%)이 검찰 단계에서 기각됐다. 전년 동기 기각률(7.2%)보다 3.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구체적으로는 압수수색 영장 중 일반 영장 기각률은 13.4%(11만7033건 중 1만5723건), 계좌추적 영장은 9.2%(13만6842건 중 1만2549건), 검증영장은 2.3%(5346건 중 124건)였다.
이밖에 경찰이 수사를 마무리해 송치했지만 검찰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며 돌려보낸 사건의 비율은 올해 1∼8월 11.6%(5만764건)로 전년 동기(3.8%)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부터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이 경찰 수사 단계에서 지휘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된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올해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 요청은 3.7%(9537건)였다.
이렇게 검경 간에 영장이나 수사결과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는 것은 ‘경찰권 통제’란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검경 간 판단 차이가 갈등으로 표면화할 경우 수사력 낭비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경이 최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영장 신청·청구를 둘러싼 ‘엇박자’ 행보로 수사에 차질을 빚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전문가들은 최근 대장동 사건을 둘러싼 검경 간 신경전 역시 과도기적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결과라고 진단했다. 조기영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 조정의 취지는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는 것인데, 실제 관련 법 개정 내용은 그러지 못했다”며 “검경의 수사권이 서로 중복되니 신경전이나 다툼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도 “검경 간 적절한 역할 분담을 할 수 있는 형사사법체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면서 “검찰이 직접 수사권을 갖는 건 바람직하지 않으니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대신 경찰 수사가 검사의 지휘와 사법통제 아래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