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겨울이다. 아직 단풍물도 들지 못한 푸른 잎이 낙엽이 되어 거리를 뒹굴고 있다. 이번 가을은 유난히 높은 온도와 낮은 온도가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오르내린 탓이다. 서울에 올해 첫 한파주의보가 내린 다음 날인 18일 탄소중립위원회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2018년 총배출량 대비 40%를 감축하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의결했다. 이에 산업계와 환경단체 등은 서로 다른 우려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어찌됐건 늦춰지던 NDC가 비로소 설정됐고, 우리는 간신히 2050 탄소중립을 향해 달리는 레이스의 출발점에 서게 됐다. 2030년 이후 어느 시점부터 석탄발전소를 폐지해야 할 뿐 아니라, 전환·산업·건물·수송·농축산이라는 5가지 분야에서 급진적으로 탄소를 줄이는 과정이 얼마나 지난할 것인지 숨이 가쁘다. 그러나 이를 압도하는 지금 이 순간의 손엣가시는 누렇게 썩어버린 배추밭이다. 올해 당장 김장은 어떻게 하나. 누구의 밥상에나 오르는 김치도 점점 쉽지 않은 반찬이 돼 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더 큰 재앙을 막기 위한 감축 레이스 만큼이나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을 저감하는 ‘적응 정책’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미 우리를 앞질러 달리고 있는 선두 그룹에서도 적응 정책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영국 환경청은 13일 ‘변화하는 기후에서 더 잘 살아가기’라는 보고서 발간을 통해 영국이 더 빈번한 홍수와 가뭄, 해수면 상승, 물 부족 등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전통적 홍수 방어 체계는 이에 대응하기에는 미흡하며, 환경청만으로는 이러한 위험이 증가하는 것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밝혔다. 이미 불가피한 기후변화의 영향에 탄력적으로 적응하기 위한 정책은 온실가스 감축 조치만큼이나 중요함에도 위험에 처한 수십억명의 생명과 생계를 보호하기 위한 준비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보고서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세계 지도자들에게 적극적인 적응 정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준비됐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