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개발이라는 역사의 장에 첫 걸음마를 시작했다.”
1993년 6월 한국 첫 과학관측로켓 ‘과학1호(KSR-Ⅰ)’가 발사에 성공하자 세계일보는 그 의의를 이렇게 보도했다. 과학1호는 1990년 7월부터 28억5000만원을 들여 개발한 길이 6.7m 로켓이다. 지상 38.6㎞까지 올라간 뒤 188초 동안 머물며 관측자료 전송에 성공한 소박한 수준이었다. 이로부터 30년 만에 한국은 자력으로 우주 발사체를 쏘아올린 일곱 번째 국가가 됐다.
2002년부터 러시아와 기술협력으로 진행된 나로호(KSLV-Ⅰ)는 희망과 악몽을 동시에 안겼다. 나로호는 액체로켓으로 100㎏급 인공위성을 지구저궤도에 진입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발사체 기술의 핵심인 1단 액체로켓 제작은 러시아가 도맡았다.
2009년 8월 나로호 1차 발사 당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17km 떨어진 남열해수욕장에는 관람객 1만8000여명이 태극기를 흔들며 성공 발사를 기원했지만 이내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나로호는 1차 발사에서 페어링 분리에 실패했고 2010년 6월 2차 발사에서는 고도 70㎞에서 폭발했다. 2013년 4월 3차 발사는 다행히 성공했다. 민경주 당시 항우연 나로우주센터장은 성공 직후 언론에 “(나로호가) 첫 발사에, 또는 두 번째 발사에 성공했더라면 모르고 지나쳤을 기술적 노하우들이 많았을 것”이라며 실패를 통해 배웠다고 전했다.
한국의 우주 도전은 누리호 이후에도 계속된다. 내년 8월 한국형 달 궤도선(KPLO)이 달을 향해 떠난다. 달 궤도선은 미국 기업 스페이스 X를 통해 쏘아 올려져 내년 말 달 궤도 진입을 목표로 한다. 이후 2023년 1월부터 달 상공 100㎞에서 1년간 머문다. 2024년에는 민간 주도로 개발된 첫 고체연료 발사체를 쏜다. 나로우주센터에는 고체연료 발사장을 지어 민간기업에 개방한다. 3.5t급 정지궤도위성인 천리안3호도 2027년 발사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정부는 또 개발 기간이 짧고 저렴한 초소형위성을 2031년까지 총 110여기 개발할 계획이다. GPS를 대체할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도 내년부터 긴 여정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