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중대 기로에 몰렸다. 소수 민간업자가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이 사업 설계와 인허가 등을 둘러싼 특혜 의혹을 파헤친 뒤 검은 로비 의혹까지 규명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형국이다.
여당 대선 후보로 이어질 수 있는 수사의 맥을 끊기 위해 ‘검찰이 바보 역할을 맡았다’는 질타가 쏟아지는 가운데 의혹 ‘핵심 4인방’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가 검찰의 논리와 증거를 도우며 유 전 본부장 및 김씨를 몰아붙이는 형국이다. 정 회계사 역시 대질조사에서 김씨와 유 전 본부장을 수사관처럼 몰아붙였다고 한다. 정 회계사는 수사에 협조한 대가로 입건을 피해 참고인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구속기소된 유 전 본부장 등에게서는 당혹감이 포착된다. 그는 변호인을 통해 “김씨가 수백억원을 줄 것처럼 이야기해 따라다니면 얼마라도 챙길 수 있겠다는 생각에 녹음 당하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하다가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잘못 몰렸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씨도 대외 발언을 일절 중단했다.
검찰은 이날도 성남시청 정보통신과 서버를 압수수색했지만 유 전 본부장 선에서 사건을 정리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많다. 검찰이 공소장에서 배임 혐의를 삭제해 결재라인을 타고 올라가는 수사는 힘들게 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일단 “(배임 혐의 등은) 공범 관계 및 구체적 행위 분담 등을 명확히 한 후 처리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법조계의 비판은 점점 수위가 고조되고 있다. 지청장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동규를 구속기소하면서 배임 혐의를 뺀 것은 공소권 남용 수준”이라며 “‘이재명 일병 구하기’에 검찰이 총대를 메고 배임 혐의 압박에서 벗어나게 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공범 수사를 위해 배임죄를 남겨 뒀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며 “이 지사를 비롯한 공범 혐의를 받는 자들에 대해 수사를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