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청소하세요! 양편에서 가운데 방향으로 쓸어 담으세요!”
지난 21일 오전 베이징 둥청구의 한 거리에서 붉은 완장을 찬 여성이 소리를 지르며 환경미화원들을 재촉했다. 거리에 쓰레기는 별로 보이지 않았지만 미화원들은 먼지를 일으키며 빗자루질을 시작했다. 빗자루질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멈췄다.
이들은 이 같은 상황이 익숙한 듯 카메라로 동영상을 촬영했다. 그러자 붉은 완장을 찬 여성이 “내 초상권을 침해 말라. 사진을 찍지 말라”고 소리를 지르며 시비를 걸었다. 완장녀와 미화원들의 방해에 이들은 흩어질 수밖에 없었다.
지방 인민대표들은 사실상 중국 공산당의 지명 방식으로 선출돼왔다. 그러다 2003년 소수의 독립 후보가 당선됐다. 2011년에는 1000여명이 독립 후보 출마를 저울질하는 등 반짝이나마 ‘민주주의 꽃’이라는 선거의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시진핑 체제 이후 선거는 독립 후보가 규정상으로만 출마할 수 있을 뿐 후보 등록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뒷걸음질쳤다. 이번에도 14명의 출마선언을 중국 당국이 가만히 보고만 있을 리 없다. 선거운동 방해는 물론이고 후보자 중 10명은 가택연금이나 ‘강제 여행’ 조치 등이 취해졌다. 일부 후보는 연락도 닿지 않는 가운데 외국 세력과 공모한 혐의를 적용한다는 얘기마저 들려온다. 중국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말하는 이들의 주장이 조금이라도 확산할 여지조차 남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최근 중앙 인민대표대회 공작회의에서 “한 나라가 민주냐 비민주냐의 관건은 진정으로 인민이 주인 역할을 하느냐이고, 인민에게 광범위한 참정권이 있는지를 더 봐야 한다”며 “중국의 인민대표대회 제도가 전 과정의 인민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중요한 제도적 장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 주석이 말한 ‘인민의 주인 역할’과 ‘광범위한 참정권’의 대상은 공산당이 원하는 이들뿐이다. 다른 목소리는 용납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란 말은 껍데기일 뿐이다.
왕 변호사 아내이자 선거에 출마한 리원주의 트위터에는 “나는 종종 어떤 절망에 빠지지만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상상을 포기한 적이 없다”란 문구가 있다. 당국의 압박에 ‘더 나은 미래’를 직접 말할 수 있는 이가 지금은 14명에 불과하지만, 분명 14억 인구 중 많은 이가 숨죽인 채 14명을 보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