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니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가 생겨요. 몸과 마음의 병도 신기할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서울의 한 노인복지센터 ‘노노케어 사업단’에서 활동하는 최모(69·여)씨는 결혼 후 직장을 그만두고 살림을 하다 지난해부터 지역 독거노인들에 도시락 배달을 하고 있다. 오래도록 우울증 등에 시달렸는데, 일을 시작하면서 좋아졌다고 했다. 그는 “첫 월급으로 초등학교 입학하는 손자 책가방을 사줬다”며 “일은 삶의 원동력이다. 도시락을 받은 어르신들이 ‘자식보다 낫다’며 가족처럼 반가워하는 모습을 보면 삶의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노인일자리는 지역사회 손이 필요한 곳에 틈을 메꾸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모(70)씨는 정년 후 실버택배 배송원으로 일한다. 황혼육아를 하다 손녀가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면서 생긴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김씨는 “생계를 책임지던 가장으로서의 부담을 덜고, 사회에 기여하면서 크지 않지만 경제적 창출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점이 만족스럽다”며 “건강한 나의 두 다리와 팔로 노동의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권모(79·여)씨는 초등학교 배식만 10년 넘게 담당하고 있는 ‘베테랑’이다. 지역 시니어클럽 급식 배식 사업단에서 동료들과 점심시간 손주 같은 초등학생들을 만난다. 학교가 배식 인원을 모두 구하려면 예산이 부족한데 지역 어르신들이 나서 도움을 주고 있다. 복지관 도서관에서 ‘인생 2막’을 보냈다는 주모(90)씨도 “도서관에서 사람과 미소를 주고받고, 서예를 배우고, 손자 녀석들에 세뱃돈을 주고, 삶의 희망과 미래를 꿈꾸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노인일자리는 여러 방면에서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노일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실태조사’ 등에 따르면 노인일자리 참여자들의 상대적 빈곤율(75.4%)은 미참여자와 비교해 7.3%포인트 감소했다. 월평균 소득(126만원)은 참여 후 17만원 늘었다. 건강이 좋아졌다(74%), 가치 있는 일로 사회에 보탬이 된다(85.6%)는 긍정적 변화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