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이랑 배달 주문 한창 몰릴 시간인데 결제시스템이 먹통이 되면서 손발이 묶였어요.”
25일 오전 KT 네트워크의 대규모 장애로 각 관공서와 사무실, 영업장 등이 업무에 차질을 겪으며 상당수 시민이 큰 불편을 겪었다. 경기 고양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이날 오전 11시20분쯤부터 30분 넘게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으면서 점심 장사를 망쳤다고 하소연했다.
배달 기사들도 일감이 몰리는 점심시간에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배달의민족 등 일부 애플리케이션(앱)이 일시적으로 마비됐고, 배달앱 서비스가 재개된 이후에도 KT망을 쓰는 기사들은 인터넷 연결이 원활하지 않아 배달을 제대로 못하기도 했다. 한 배달 기사는 “최근 1년 중 가장 조용한 점심시간을 보낸 것 같다”고 했다.
KT망을 이용하는 택시기사들도 배차 주문을 받지 못했다. 택시기사 김모씨는 “내비게이션이 먹통이 되고 콜도 들어오지 않았는데 원인을 모르니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온라인 메신저나 화상통화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기업에서는 KT 가입자들이 업무에 지장이 생겼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팀장한테 업무 지시받고 점심 먹으러 가야 하는데 답이 없다”, “화상회의 하기로 했다가 취소됐다” 등의 상황을 전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공공기관과 주민센터 등은 KT망을 쓰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피해가 더 컸다는 하소연도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라인 수업을 듣는 학교에서도 사고가 속출했다. 한양대 ‘법과인권’ 과목은 이날 온라인 시험을 치르던 중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아서 시험시간이 연장된 것으로 전해졌다. 교수·교사 등이 KT망을 쓸 경우는 휴강을 해야 했고, KT망을 쓰는 수험생 대부분은 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대학생 B씨는 “집에서 줌(Zoom)으로 온라인 수업을 듣는 중에 갑자기 인터넷이 끊겨서 엄청나게 황당했다”면서 “수업 중간과 마지막에 2번 출석 체크를 하는 데 당황한 나머지 근처 PC방이나 카페를 갈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을 비롯한 메신저 서비스, 화상회의 서비스, 게임 서비스, 결제 앱 등도 직간접으로 영향을 받아 사용자 불편을 초래했다. 점심시간에 증권사 트레이딩 시스템에 접속하지 못한 투자자들의 불만도 잇따르고 있다. 포털사이트의 종목토론실 등에는 “주식을 바로 못 팔아서 손실을 봤다”거나 “KT가 보상안을 내놔야 한다” 등의 의견이 쏟아졌다.
다만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의 피해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은 복수의 통신사를 이용하거나 전용 회선을 구축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한 덕분에 KT망 장애에도 결제시스템이 정상 가동됐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업체들은 과거 KT 아현지사 화재 등 통신대란을 겪은 뒤부터 미리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덕분에 화를 면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