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고향’ 합천 주민들, 5·18 묘지서 무릎 꿇어…全 비석 밟고 尹 발언도 규탄

시민단체 “전씨 사후 국립묘지 안장되는 꼴 볼 수 없어”
“윤석열 얄팍한 역사관과 천박한 정치철학 전두환 옹호”
전두환 적폐청산 경남운동본부 등 경남 시민단체 회원들이 25일 오전 광주 북구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5·18구묘역)을 찾아 참배를 마친 뒤 전두환씨 기념비석을 밟고 있다. 광주=뉴스1

 

전두환씨의 고향인 경남 합천 시민단체의 회원들이 25일 광주 5·18 묘지를 방문해 전씨의 비석을 밟고 오월영령의 묘지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이날 오전 전두환 적폐 청산 경남운동본부 준비위원회(적폐 청산 경남본부 준비위) 회원 20여명은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방문했다. 이들은 지난해 6월부터 전두환(일해)공원 명칭변경과 국립묘지 안장 반대 등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광주 북구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옛 망월묘역)도 방문한 이들은 묘역입구 땅에 박혀 있는 ‘전두환 기념비’를 밟는 퍼포먼스도 보였다. 전두환 기념비는 1982년 전씨가 전남 담양군 방문을 기념해 세워졌던 비석인데 광주·전남 민주동지회가 이를 떼어와 참배객들이 밟고 지나가도록 설치했다.

 

이날 오후 1시 30분 단체는 옛 전남도청 회의실에서 오월단체와 간담회를 가졌다. 단체는 “군사 쿠데타로 헌법을 유린하고 광주에서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가 형사처벌까지 받은 전씨의 혜택과 영예를 모두 거두진 못할망정 시민들이 쉬는 공원에 그의 흔적을 남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가 뻣뻣이 고개를 들고 다니는 이유는 공원에 아호를 박아주는 등 자신을 떠받들어주는 세력이 있기 때문이다”며 “일해공원을 징검다리로 여겨 그가 사후에 국립묘지에 안장되는 꼴을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허술한 '국가장법' 탓에 전두환이 사망하면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밖에 없다. 그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을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다”며 “광주와 함께 힘을 모아 국가장법 개정 청원 운동을 알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전씨 재판을 바라보며 전국민적 분노를 느끼질 않냐. (전씨의 고향인) 합천민들은 같은 생각이 아닐 줄 알았는데 같은 뜻을 모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앞으로 광주와 경남의 지역 교류를 확대해 간접적으로도 서로를 이해하고 아픔을 알게 하는 계기를 만들자”며 “체계적·계획적으로 시간을 들여 공감하고 아울러 전씨 적폐청산과 진상규명에도 한 발짝 다가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25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전두환적폐청산경남운동본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배하고 있다. 이들은 전두환 국립묘지 안장 반대 및 일해공원 명칭 변경 등을 추진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이들은 간담회를 마친 뒤 5·18민주광장으로 자리를 이동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단체는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전두환 옹호 발언에 대해 “윤석열은 얄팍한 역사관과 천박한 정치철학으로 전두환을 옹호하는 발언을 떳떳하게 내뱉었다”며 “송구하다는 유감을 표명한 후에는 SNS에 개 사진과 사과를 잡은 돌잡이 사진을 올려 국민을 조롱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사법적 단죄가 이뤄진 전두환의 그림자를 지우는 일이 그리 어렵냐”며 “인사의 원칙 중 하나는 '신상필벌'이다. 잘하면 상을 주고 못 하면 벌을 줘야 한다. 전두환 그림자를 지우지 못한 이유는 벌을 줘야 할 때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