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의 중심부인 소호(Soho)에선 ‘한류(Hallyu)’가 거세게 일고 있다. 이곳을 1903년부터 지켜 온 8층 빌딩 규모의 대형서점 포일스(Foyles)는 10월 한 달 내내 한국문화를 소개 중이다. 정문에 붉은 곤룡포(조선시대 임금의 옷)를 걸어놓고 한국에 관한 도서를 집중적으로 진열하고 있다. 영국 내 갈수록 뜨거워지는 한류 영향으로 서점 내 판매율이 급증한 한국어 학습 도서와 한국문학 전문서적이 서점 입구와 4층 언어관에 진열됐다. 서점 관계자는 “한국 도서 인기가 정말로 엄청나다. 매일 많이 팔려서 재고가 별로 없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띄엄띄엄 한국 책을 찾던 사람들이 올해엔 한꺼번에 몰려오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최근 영국에서 ‘젊은 작가상’을 수상한 권여선 작가의 소설 ‘레몬’과 김언수 작가의 대표작 ‘캐비닛’도 곧 출간된다. 런던의 한류 행사는 앞으로도 이어진다. 11월 4~19일에는 제16회 런던한국영화제가 영국을 달군다. 최신작과 고전, 단편 등 35편의 한국 영화가 현지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상) 여우조연상을 거머쥔 배우 윤여정의 특별전도 예정돼 있다.
유행에 민감한 중동 두바이에서도 한류는 예사롭지 않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끈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두바이에서도 최대 화제다. 이 때문에 지난 14∼16일 두바이에서 개최한 한국관광 홍보행사 ‘필 코리아 2021’에 지어진 ‘오징어게임 체험관’은 수만명이 몰리는 대박을 터트렸다. 팜 주메이라 인공섬에 마련된 체험관 앞에는 행사 내내 딱지치기, 달고나 게임 등 한국의 놀이문화를 즐기려는 현지인들로 줄이 끊이지 않았다.
◆‘한글’의 산업화, 한국어교실 지원 강화
우리나라 작가의 해외문학상 소식이 끊이지 않는 한국문학은 한류의 새로운 중심분야다. 더 많은 우리나라 작가·작품 해외 소개를 위해 문체부는 내년에도 문학한류 콘텐츠 확산에 14억원을 쓴다. 해외 독자를 대상으로 한국문학 소개 영상·프로그램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비용이다. 또 한국문화 해외 진출을 위해 권역별 맞춤형 전략을 새로 채택한다. 미국·일본 등 국가 문학시장을 선도하는 대표성을 가진 국가에는 현지 출판계를 대상으로 정보 채널을 다양화하고 네트워크를 갖춰 번역 출반 지원 및 교류 홍보를 집중한다. 영국, 중국, 베트남 등 현지 문학 시장에서 한국문학 수용 기반을 갖췄으나 독자를 대상으로 한 대중화 노력이 필요한 국가는 이미 흥행에 성공한 작품을 소개하면서 온라인 마케팅을 활성화한다.
‘오징어게임’ 효과로 우리나라 말과 글을 배우려는 외국인 많이 늘어났는데 한국어 학습 지원도 대폭 확대된다. 한국어·한국문화 보급 기관인 세종학당 교실은 올해 234곳에서 내년에는 270곳으로 늘어나며 비대면 학습 지원이 강화된다. 한국어 전문 교원 파견 규모 역시 올해 228명에서 내년 270명으로 증원된다.
아울러 이미 해외 유명 인사들이 매력을 나타내고 있는 ‘한글’ 자체를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한글 소재 원천 콘텐츠 개발에 10억원, 한글 산업 해외 교류 및 진출 지원에 5억원 등이 쓰인다.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와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등으로 해외에서도 인기 높아진 한복의 경우 한복문화주간을 해외에서 개최하고 국내에선 한복 교육공간을 확대하는 등 한복산업 집중 육성 지원에 20억원이 배정됐다.
우리나라 콘텐츠를 해외에 소개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인 번역 인프라 강화를 위한 사업도 펼쳐진다. ‘제2의 창작’요소로 꼽히는 번역은 여러 콘텐츠 기업이 수출과정에서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분야다. 특히 일대일 직역보다는 우리나라와 해외 문화 모두를 이해하고 이용자 성향을 파악한 ‘초월번역’이 필요해서 그만큼 전문인력 양성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콘텐츠 번역 인력 양성 사업 예산이 기존 8억원에서 13억6000만원으로 늘어나며 콘텐츠 수출 전문인력 양성 사업은 20억원 규모로 새로 시작된다.
아울러 한국문학 번역의 경우 지금까지 현지 번역본 발간 등을 통해 소개된 언어권이 약 40여개인데 이 중 노르웨이, 태국 등 소수 언어권에서 활동하는 한국문학 번역 인력은 채 열 명이 안된다. 이 때문에 다양한 언어권에서 한국문학을 소개해 줄 수 있는 번역 인력 양성사업에 예산 41억원이 배정된다.
K-콘서트 등 한류 행사 규모는 더욱 커진다. 한국문화축제 예산은 55억원에서 92억원으로 늘어나며 K-브랜드 한류 마케팅 지원 및 해외홍보관 운영에 약 95억원이 신규로 투입된다. K-브랜드 해외홍보관은 해외 한국문화원 및 코트라 해외사무소 등과 연계해서 현지 상업지역에서 한류 콘텐츠 및 한국제품을 홍보하거나 판촉하는 거점 역할을 한다. 사업 첫해인 내년에는 신남방 국가 중 한 곳에 선보일 예정이다. 관계부처 합동 해외 한류 박람회가 20억원 규모로 신설된다.
◆메타버스로 흘러가는 한류
가상세계와 현실세계가 만나는 공간으로 주목받는 ‘메타버스’도 한류 성장이 기대되는 영역이다. 한복·한식·한옥과 전통놀이 등을 메타버스에서 세계인에게 선보일 수 있다. 한국어 교실은 메타버스에서 더욱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내년 예산에 메타버스 관련 사업을 대거 포함하고 200여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우선 한국인 의식주 생활과 강강술래·윷놀이 등 전통놀이를 네이버가 만든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용 콘텐츠로 만든다. 전통문양도 주요한 사업분야가 될 전망이다. 메타버스에서 이용자들이 다양한 아이템을 사고파는 만큼 전통문양도 입체적으로 새로 만들어 메타버스에서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할 예정이다. 또 외국인 대상 메타버스 세종학당을 운영하고 한국어배우기·한글게임 등 한국어교육 콘텐츠를 개발한다. 메타버스 한국관 구축 등 국가이미지 홍보에도 활용된다.
이미 흥행에 성공한 영화, 게임, 웹툰 등과 연계해 실감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체험공간을 구축하는 데도 신규 예산을 60억원 배정했다. 실감콘텐츠기업은 인기 있는 영화나 게임·웹툰을 활용, 기술 표준화 선도를 통한 시장 선점 효과를 거둘 수 있고 영화 및 게임, 웹툰 제작사는 콘텐츠 홍보 및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얻는 게 목표다.
우리나라가 원조인 ‘웹툰’ 플랫폼의 해외 진출도 적극적으로 지원된다. 2000년대 우리나라에서 탄생한 웹툰은 과금방식이나 연재 관리 측면에서 국내업체가 핵심 선도 기술 및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나 중국 등 후발국 추격 속도가 빠르다. 무엇보다 플랫폼 선점이 중요하다. 네이버와 카카오 해외 진출 사례가 잘 알려져 있으나 이 밖에도 ‘테피툰’, ‘코믹코’, ‘타파스’, ‘델리툰’ 등의 국내 중소 플랫폼도 활발히 해외 진출 중이다. 이들의 서버 구축 및 개발비와 작품 수급비 등을 지원하는 데 내년에 약 40억원이 투입된다.
대규모 집합 공연이 어려워진 코로나 시대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진 가상공연 분야에도 내년부터 26년까지 문체부가 핵심기술 개발에 지속해서 투자한다. 가상공연 시장 창출을 통해 공연시장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공연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화재로 소실된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성당을 가상현실에서 재현한 장 미셀쟈르의 노트르담 콘서트나 셰익스피어의 연극 ‘한여름밤의 꿈’을 가상현실 공간에서 재현한 영국 왕립 셰익스피어 극단의 ‘드림’ 등이 대표적 성공사례다. 특히 실제 공연과 가상공연의 상호 연동 기술 개발로 아티스트와 온·오프라인 관객이 함께 공감하는 가상공연 기술을 만드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