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나이가 들수록 종교를 돌아본다고 한다. 이는 한국사회가 직면한 ‘저출산’ ‘고령화’ 문제와도 맥을 같이한다. 10년마다 진행하는 종교분포조사에서 2015년 기준 종교를 믿지 않는 인구의 비율은 젊을수록 높게 나타났다. 종교에 유입되는 인구는 감소하고 기존 신도들의 수명이 늘면서 종교 역시 고령화를 맞이하는 것이다. 이는 종교를 기성세대의 것으로 인식하게 하고, 나아가 종교의 재정자립도나 포교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고령화가 종교의 존립을 좌우하는 중대 현안인 셈이다.
고령화에서 종교의 가장 큰 고민은 젊은세대가 줄어드는 것이지만, 동시에 기존 신도들의 기대수명에 부합하는 종교 차원의 변화에도 있다. 자칫 종단 내 주류인 시니어 세대에게 소홀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종단 내 다양한 세대만큼이나 종교가 그들을 포용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심우인 갈렙교회 담임목사는 “처음 갈렙교회를 설립할 당시만 해도 시니어 성도들의 생각은 호의적이지 않았다”며 “(은퇴를 앞두고) 교회에서 마저 뒷방 늙은이 취급을 당해야 하냐는 반발의 목소리가 높았다”고 전했다. 그는 “갈렙교회 설립의 취지가 시니어 성도들을 위한 것임을 수차례의 공청회와 설명회를 통해 전달했다”며 “그런 과정을 거쳐 당시 갈렙교회에 반대하던 많은 분들이 함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 목사는 갈렙교회의 특징 중 하나로 독립성을 꼽았다. 그는 “갈렙교회의 모든 의사결정은 어느 것 하나 본 교회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며 “독립성이 확보되면서 (자연스레) 자발성이 늘었다”고 말했다.
시니어 세대로만 교회가 구성된 탓에 일각에서는 세대 간의 교류가 단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갈렙교회는 이런 우려를 장점으로 극대화시키는 데 주력했다. 심 목사는 “단절을 우려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동시에 시니어 세대만의 리더십과 역동성을 살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며 “다른 세대와 연계된 사역을 통해 소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한 복나눔 멘토링’과 ‘장학지원 사업’, ‘시니어 선교사 파송’ 등이 세대 간 교류를 장려하는 대표적 프로그램이다.
심 목사는 시니어 세대가 겪는 현실적 어려움으로 ‘재정 결핍’과 ‘질병’, ‘관계의 어려움’을 꼽았다. 연령마다 갖게 되는 이런 고충을 함께 공유하고 고민하는 것이 갈렙교회의 설립 취지이기도 하다. 기대수명의 연장으로 교회 내에 다양한 세대가 존재하는 만큼, 교회가 변화하는 것은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심 목사는 “사회적으로 시니어 세대에 대한 시각은 달라지고 있다”며 “개인의 삶에 있어서도 은퇴 이후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사회는 앞으로 교회가 풀어야 하는 과제”라며 “이를 기회로 보고 그들을 적극적인 주체로 보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포럼의 다른 참가자들도 고령화에 대비한 교회 차원의 변화와 노력을 주문했다. 김정석 광림교회 목사는 “(한국) 사회는 저출산과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에 관심이 높지만 가장 뒤떨어진 공동체가 있다면 교회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목사는 “지금의 시니어 세대로 불리는 분들은 한국 교회의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며 “정작 교회는 그들 세대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 부족해 보인다”고 논의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조응수 수포교교회 미래준비연구위원장도 “(흔히) 교회의 미래를 논의하면 미래 세대를 먼저 얘기하게 된다”며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전체 교인의 절반을 차지하는 시니어 교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교회가 시니어 교인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시스템 개발을 검토해야 한다”며 “미래준비연구위원회에서도 고령사화에서 교회의 역할이 무엇인지 논의하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