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개가 넘는 불법 촬영물을 다크웹(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해야만 접속할 수 있는 웹사이트)으로 유포한 이른바 ‘윤XXX’ 사건으로 40명 이상이 경찰에 입건됐다. 이 사건과 관련해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70명이 넘는 데다 경찰이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는 만큼 영상을 공유하거나 사고판 피의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26일 세계일보 취재 결과, 서울경찰청은 아동청소년성보호법과 성폭력처벌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달 초까지 김모씨 등 총 47명을 입건했다. 이들은 윤모씨가 지난해 11월 유포한 3200여개의 성 착취물 영상을 재유포하거나 사고판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윤씨는 2012년 10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약 8년간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만난 피해 여성들을 상대로 불법 성착취물을 제작했다. 피해자 중 1명이 윤씨를 고소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윤씨(당시 28세)는 지난해 11월 자신이 촬영한 불법 촬영물을 다크웹과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하고 다음 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윤씨가 사망하자 경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했다.
그러나 윤씨가 유포한 영상은 한 웹사이트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윤씨는 웹상에서 ‘윤XXX’ 또는 ‘돈XXX’이라는 이름으로 통했다. 윤씨가 영상에 피해자들의 실명과 직장 등 신상정보를 함께 명시한 탓에 2차 피해 또한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영상이 유포된 뒤 몇몇 피해자들은 낯선 이들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만 100여명에 달한다. 경찰은 지난 8월까지 피해자 70여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피해자 중에는 미성년자 또한 일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 사건이 알려지면서 영상을 유포하는 사이트를 폐쇄해달라는 국민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해당 웹사이트는 올해 2월을 기준으로 7만명에 가까운 회원 수와 3만명이 넘는 일일 방문자 수를 보유하고 있다”며 “불법·범죄·착취 콘텐츠 이외에도 게시판을 통해 회원들이 담소를 나눈다는 점에서 2015년에 크게 공론화됐던 ‘소라넷’과 매우 유사한 양상을 띠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사이트는 현재 폐쇄됐지만, 현재 다른 사이트에서도 영상 유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함께 공조해 불법 촬영물 삭제 및 차단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영상을 유포하는 용의자들의 IP 주소도 추적하고 있다. 아직 입건되지 않은 성명 불상의 용의자만 70명이 넘는 만큼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경우 피의자 규모도 100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n번방’ 사태 등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커졌지만, 피해 사례는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 사례는 총 4973명으로 전년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 중 불법촬영이 2239건으로 전체의 32.1%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불법 촬영물 유포 사례 또한 1586건(22.7%)으로 그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