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폐기 운동’ 히로시마 피폭자 쓰보이 스나오 별세

지난 2016년 5월 쓰보이 스나오 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 대표위원(앞쪽 오른쪽)이 히로시마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앞쪽 왼쪽)을 만나 ‘핵 무기 폐기’를 호소하고 있다. 히로시마=AP연합뉴스

일본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로 평생을 핵무기 폐기 운동에 헌신한 쓰보이 스나오 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피단협) 대표위원이 96세로 별세했다.

 

28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그는 지난 24일 빈혈에 의한 부정맥으로 히로시마시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

 

그는 20세인 지난 1945년 8월6일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폭에 피폭됐다. 당시 희로시마 공업전문학교(현 히로시마 공대) 학생이었던 그는 폭심지에서 1.2㎞ 떨어진 곳에 있다가 전신에 큰 화상을 입은 채 의식을 잃어 40일 만에 깨어났다.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왼쪽 눈의 시력을 잃었고, 만성 재생불량성 빈혈과 협심증, 대장암, 전립선암을 앓는 등 평생 후유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전쟁 후 히로시마에서 중학교 수학교사를 하며 학생들에게 피폭 체험을 알렸고, 정년 퇴직 후인 1993년부터는 히로시마현 피단협 사무국 차장을 맡는 등 평화운동에 몰두했다.

쓰보이 스나오. AP연합뉴스

1995년, 2000년, 2005년, 2010년에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검토회의에 맞춰 피폭자 대표로 미국을 방문하는 등 국내외에서 핵 폐기를 호소했다. 

 

2016년 5월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 처음으로 히로시마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만나 ‘핵 없는 세계’ 실현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에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공개석상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나, 지난 1월 핵무기금지조약 발효가 결정되자 “오랜 비원인 핵무기 폐기를 구체화하는 큰 발걸음”이라는 내용의 담화를 냈다. 

 

유족으로는 두 딸과 아들 한 명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