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음식점 총량제’ 후폭풍…외식업계는 ‘논의 기대’

이재명 “시행 의미 아니다” 진화에도
윤석열·홍준표 “영업 자유 침해” 공세
정의당까지 “무공감이 빚은 참극” 비판
외식업계 “진입장벽 높이는 논의 기대”
전문가 “국가 창업 교육 뒷받침돼야”
與 일각 ‘당보다 앞선 정책발언’ 우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27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을 둘러본 뒤 시장 내 고객편의센터에서 전국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대표들과 지역 화폐 관련 간담회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음식점 허가총량제’ 발언의 후폭풍이 거세다. 야권이 “전체주의적 발상”이라며 공세를 퍼붓는 가운데, 이 후보는 “국가정책으로 도입해 공론화하고 공약화하고 시행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며 진화에 나섰다. 반면 업계 일각에선 이 후보의 음식점 총량제 발언으로 외식산업의 낮은 진입장벽으로 인한 과당경쟁 문제에 대한 논의가 촉발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후보는 28일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전날 음식점 총량제 발언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당장 시행한다는 것은 아니고 고민해볼 필요는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 후보는 “아무거나 선택해 망할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라며 “불나방들이 촛불을 향해 모여드는 건 좋은데, 너무 지나치게 가까이 가 촛불에 타는 일은 막아야 한다. 그게 국가공동체를 책임지는 공직자의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이 후보는 전국 소상공인·자영업자 간담회에서 “하도 식당을 열었다 망하고 해서 개미지옥 같다”며 “음식점 허가총량제를 운영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창업의 자유 침해 논란이 불거지자 이 후보 측은 “음식점 총량제를 통해 식당들이 수익이 너무 낮은 부작용을 완화하고, 사업 양도 시 조금이라도 보전받게 해주려고 고민해봤었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이 후보가 이날 직접 해명에 나선 데에는 야권이 음식점 총량제로 이슈화를 시도하는 데 대한 대응으로 읽힌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후보의 ‘아무 말 대잔치’가 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며 “경제학의 근본을 무시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가가 국민 개인의 삶까지 설계하겠다는 것인가”라고, 홍준표 후보는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오현주 대변인은 “자영업자들에게 실업자가 되든가, 앉아서 죽으라는 얘기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무공감, 무책임이 빚어낸 참극”이라고 질타했다.

 

외식업계에선 음식점 총량제 방식이 아니더라도 국가 차원에서 업계 진입장벽을 높일 필요성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이철 홍보국장은 통화에서 “창업비용은 ‘억소리’나게 들어가는데, 몇 년 후 싹 다 폐업하는 현실이 무한 반복되는 지금의 사태를 깊게 되돌아봐야 한다”며 “음식점 총량제 즉시 도입을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후보의 문제의식은 동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음식점 총량제에 대해 “디테일한 계획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현실성이 없는 얘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청운대 정헌정 교수(호텔조리식당경영학과)는 통화에서 “이 후보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당장 음식점 총량제를 시행한다고 하면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에선 죽어도 불가능하다”면서도 “국가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예비 창업자들에게 창업의 현실을 인지시키고, 그 기간 중 생계를 보장하는 제도를 마련해 총량제와 연계한다면 좋은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당 일각에선 이번 음식점 총량제 논란과 같이 당을 앞지르는 이 후보의 정책 발언이 혼선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후보가 음식점 총량제 외에도 주 4일 근무제 도입, 기본소득 등 당정 차원의 세밀한 검토가 필요한 정책을 먼저 언급하면서 당이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송영길 대표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에 대해 “여러 가지 준비해야 할 사안이 많고 장기적 과제”라며 선을 그은 것 또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