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치료에 쓰이는 저렴한 항우울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해당 치료제는 코로나19 고위험 환자 중 거의 3분의 1에서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현지시간) 미국의 CNN 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정신의학과 연구진은 브라질에서 약 1500명의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시험을 진행한 결과, ‘플루복사민’으로 알려진 항우울제를 복용한 경우 증상이 악화하거나 입원하는 비율이 줄었다고 밝혔다.
‘루복스’라는 제품명으로 팔리는 이 약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로 강박장애나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 많이 사용된다.
라이어센 박사팀은 이번 연구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741명의 코로나19 환자들에게 100㎎의 플루복사민을 하루 두 번씩 열흘 동안 투여하고, 다른 756명에게는 가짜 약을 투여했다.
이후 플루복사민을 투여한 환자들은 약 11%(79명), 위약을 투여한 환자 그룹에서는 16%가 응급실 또는 병실에서의 치료가 필요했다.
이는 절대적 위험은 5%, 상대적 위험은 32% 줄어든 것을 의미한다고 CNN은 전했다.
연구를 진행한 워싱턴대 정신의학과 부교수 앙헬라 라이어센 박사는 성명을 통해 “플루복사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촉발되는 혈액 속 면역 단백질인 ‘사이토킨’이라는 염증 유발 미분자의 생성을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약은 혈소판을 줄여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혈액 응고 효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이 약을 추가해도 될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 약을 열흘 간 충분히 사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고작 약 4달러에 불과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비록 코로나19 치료제는 아니지만, 이 약을 사용함으로써 코로나19 환자들의 증상을 완화해 입원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충분히 활용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플루복사민의 안전성과 내성, 사용의 편리함, 저렴한 가격 및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을 고려하면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치료와 관련한 특정 국가 및 국제적 지침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진은 또 다른 우울증 치료제인 ‘프로작’ 또는 ‘플루제틴’은 값도 싸고 더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이 약이 코로나19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의학 학술지 ‘랜싯 글로벌 헬스’(Lancet Global Health)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