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종전선언’ ‘한한령 해제’ 등 논의

정의용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뉴스1

한국과 중국 외교수장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만나 종전선언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와 문화 교류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30일 외교부에 따르면 정의용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9일(현지시간) 오후 로마에서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30여분간 외교장관회담을 열었다. 양국 장관은 지난달 15일 서울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 이후 약 한 달 반 만에 다시 얼굴을 맞댔다.

 

외교부는 양국 장관이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종전선언 문제를 포함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조기 재가동을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솔직하고 심도 깊은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이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왕이 부장이 회담에서 “최근 한반도 정세에 일련의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북한과 미국이 적시에 대화를 재개할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왕이 부장이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노력과 제안을 지지하며, 한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한반도 종전선언과 관련해 한·미가 긴밀히 협의 중인 가운데 중국은 일관된 입장을 내놓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20일에도 자신들이 “한반도 문제의 주요 당사국이자 정전협정의 서명 당사국”이라며 “마땅한 역할을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회담에서 정 장관은 영화 등 문화 콘텐츠 분야의 원활한 교류 활성화를 위해 구체적인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 측에 이른바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해제를 거듭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왕이 부장도 공감하며 지속으로 소통해 나가자고 의사를 표했다.

 

양국 장관은 또 내년 한·중수교 30주년을 맞아 ‘2020∼2021 한·중 문화교류 해’,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의 성공적인 추진을 통해 국민들의 상호 이해와 우호 정서 증진을 위해 노력하자는 데도 뜻을 모았다.

 

양국 장관이 미·중 갈등 상황에 대해 언급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왕이 부장이 국제 정세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최근 미·중 전략적 갈등의 핵으로 떠오른 대만 문제 등을 언급하면서 한국 측의 협조를 당부했을 가능성도 있다. 최근 미국이 대만의 유엔 체제 참여 지지를 촉구하고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대만 내 미군 존재를 인정하면서 대만 문제를 둘러싼 미·중 대립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또한 양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도 양국 고위급이 긴밀하게 소통해왔다고 평가하고 향후에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발전을 위해 고위급 소통을 늘려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