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에게 더 사랑받는 동화 ‘어린왕자’처럼 좋은 청소년극은 성인에게도 깊은 감동과 성찰의 기회를 준다. 모처럼 좋은 청소년극 두 편이 연달아 무대에 오른다.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지난 29일부터 11월 21일까지 먼저 선보이는 건 ‘더 나은 숲’. 청소년극 연출로 일가를 이룬 영국 연출가 토니 그라함이 5년만에 다시 국내에서 선보이는 작품이다. 이야기 주인공은 늑대로 태어나 양으로 자란 ‘퍼디난드’. 아빠, 엄마와 함께 ‘더 나은 숲’을 찾아가던 아기 늑대였는데 외부 공격에 의해 부모를 잃고, 새끼를 간절히 기다리던 양 부부에 의해 키워진다. 양들 속에서 자란 ‘퍼디난드’는 어느덧 지역 사회에서 모범적인 구성원이며, 유명한 운동선수, 멋진 가수로 자란다. 하지만, 백 번도 넘게 뛰어넘을 수 있는 울타리 밖의 세상은 ‘퍼디난드’에겐 금지된 곳이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와의 우연한 만남 이후 ‘퍼디난드’의 삶은 완전히 뒤집히고, 그는 자기 자신의 진짜 모습과 맞서야 하는 선택에 직면하게 된다.
동물을 인간에 비유하며 우리 사회와 인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선보이는 작업을 주로 해 온 독일 극작가·소설가·일러스트레이터 마틴 발트샤이트의 대표작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동물에 빗대 날카롭지만 깊고 따스하게, 진지하지만 유머러스하게 이야기한다. 늑대로 태어나 양에 의해 길러진 ‘퍼디난드’뿐 아니라 자신을 벌이라고 믿는 곰, 여우라고 믿는 거위 등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다양한 동물이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