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은행권 대출관리 강화로 안정화 노력의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거듭된 금융위기와 코로나 사태를 배경으로 세계적으로 정부 및 민간부문 부채가 급격히 늘어나다 보니 조정과정에서의 위험관리 부담도 크게 늘어났다. 자칫 정책 의도와는 달리 자산가치 하락과 맞물린 또 다른 장기침체의 악순환 고리가 작동할 수 있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자금의 흐름이 미래수익과 연결되지 못하면 버블이 수반되는 급격한 조정이 뒤따른다. 문제는 거듭된 위기를 배경으로 풀린 초저금리하의 유동성이 모든 분야의 양극화를 심화시켜 왔다는 점이다. 이러한 배경하에서 거품을 거두는 과정은 취약계층에 집중되는 사다리 걷어차기식 위험과 직결될 수 있다.
소위 법적 신뢰주체의 역할을 통해 이루어지는 제도권의 금융은 평소 웬만한 위기충격을 이겨내는 강건함과 효율성을 과시하지만 다른 한편 지속가능성을 지켜주는 다양성을 제한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과도할 정도의 규제부담에 놓인 은행권의 경우 부동산에 치중된 경험법칙과 위험관리 차원의 규제가이드라인이 중시되므로 포용적 성장에 대한 기여도가 커지기 힘들다. 주로 공급자 입장에서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추구하다 보니 불가피한 버블과 처리부담은 다시금 중앙화된 체제의 정책결정으로 구현된다. 문제의 원인을 제공하고 그 결과를 수습하는 주체가 여전히 다수의 민간이 배제된 폐쇄형 시스템에 의존하게 된다. 이러한 구도는 모든 것이 연결된 세상에서조차 민간의 역할을 제한하고 사회전반의 역량을 저하시킨다. 소위 특정 소수의 이윤독점화와 사회적 비용전가가 지속되면서 급격한 환경변화에 대비할 기회마저 놓친 민간들은 새로운 참여 대신 급증하는 사회적 비용을 짊어져야 한다. 역동성과 다양성의 저하는 그 결과이다.
미래가 답답하게 느껴지는 다수의 심정에도 제도권 내에서의 돌파구 마련은 쉽지 않다. 재원이 거듭 잘못 배분되는 배경에는 강건함과 효율성을 주로 추구하는 소위 참나무식 성장패러다임의 한계가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이후의 환경변화는 모두에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차원의 사뭇 다른 대응방식을 요구한다. 이제라도 우리는 과거의 신뢰기반이 허물어진 현실 속에서 훌륭한 복원력을 가진 갈대숲의 메시지를 받아들여야 한다. 소수만이 향유하는 효율성과 안정성을 넘어서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생태계의 복원력과 포용성을 회복시켜야 한다. 연결된 민간들의 힘은 역동성과 다양성의 회복을 통해 중앙화된 권력이나 빅텍크의 독점을 견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