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소비자물가 3.2% 급등… 안정세 쉽지 않을 듯 [팍팍해지는 서민들의 삶]

9년 9개월 만에 최고치… 정부, 물가 고공행진에 비상

관계차관회의 열어 가계 부담 완화 모색
12일부터 유류세 인하분 즉각 반영 노력
2조 규모 바이백·요소수 안정화도 나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계란이 진열돼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국제유가 상승과 축산물 가격 강세 등의 영향으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치솟으면서 9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2% 상승했다. 이는 2012년 1월(3.3%)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0.6%에서 2월 1.1%, 3월 1.5%로 차츰 오르더니 4월에는 2.3%를 기록하며 2%대에 진입했다. 이후 9월(2.5%)까지 6개월째 2%대를 기록하다 지난달 3%대로 뛰어올랐다.

 

지난달 물가를 3%대로 밀어올린 ‘주범’으로는 유가, 통신비 기저효과, 축산물을 꼽을 수 있다.

 

물가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공업제품으로 기여도가 1.40%에 달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석유류의 기여도가 1.03%포인트였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휘발유(26.5%), 경유(30.7%), 자동차용 LPG(27.2%) 등이 모두 오르면서 석유류는 전년 동월 대비 27.3% 상승했다. 이는 2008년 8월(27.8%) 이후 13년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축산물도 13.3% 오르며 물가 상승에 0.34%포인트 영향을 미쳤다. 달걀(33.4%), 돼지고기(12.2%), 국산 쇠고기(9.0%), 수입 쇠고기(17.7%) 등의 오름폭이 컸다. 반면 올해 상반기 물가 상승을 주도했던 농산물(-6.3%)과 수산물(-0.7%) 가격은 하락하면서 물가 상승폭을 각각 0.32%포인트, 0.01%포인트 낮췄다. 통신비도 물가 상승에 0.67%포인트 기여했다. 통신비는 정부가 지난해 10월 16∼34세, 65세 이상 등 모두 1888만명에 1인당 2만원의 휴대전화요금을 지원한 데 따른 기저효과라는 분석이다.

 

물가 고공행진에 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이날 서울청사에서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석유류·농축수산물 물가 부담을 완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특히 정유사 직영 주유소와 알뜰 주유소가 오는 12일부터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를 판매 가격에 즉시 반영하도록 최대한 노력할 방침이다.

2일 서울시내 한 알뜰주유소에 유종별 가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이와 함께 정부는 이날 2조원 규모의 국채 긴급 매입(바이백)에 나섰다. 국채금리 급등은 결과적으로 대출금리에 영향을 줘 물가 상승으로 고통받는 서민에게 이중고를 줄 수 있어서다. 정부는 또 최근 중국 정부의 요소 수출 중단으로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요소’의 가격 안정화를 위해 단기적으로 산업용 요소를 차량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자동차·화학·물류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요소수 판매 가격은 10ℓ당 9000~1만원에서 최근 열흘 사이 1만5000~1만6000원까지 뛰었다.

 

이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커졌다. 실제로 지난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지만, 토론 과정에서 2명의 위원은 물가와 가계부채 등 금융 불균형 문제를 강조하며 당장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