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문제로 표면화한 당정 갈등의 이면엔 재원 마련 방식에 대한 서로 다른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국가부채 비율을 늘려서라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기존 예산에 맞춰 지급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았다. 당정이 합의해도 야당 협조 없인 내년도 예산안 반영이 어려운데, 당장 국민의힘 대선 경선 주자들은 “대선용 국민 매표 행위”라며 반발했다.
3일 이 후보와 김 총리의 정면 대립은 빚을 지느냐, 추가 세수로 해결하느냐의 충돌로 요약된다.
국민의힘은 선거를 앞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는 이날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총선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더니 이번에 또 자유당식 고무신 선거를 획책한다. 선거용 국민 매표”라고 비판했다. 유승민 후보도 MBC 라디오에서 “선거를 앞두고 세금을 그렇게 쓰는 건 굉장히 나쁜 죄”라며 “이 후보 식 재난지원금을 다 주면 진짜 어려운 분들한테 집중을 못 한다”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과세 문제도 당정 갈등의 뇌관으로 꼽힌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을 팔아 번 소득(양도차익)을 복권 당첨금과 유사한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250만원을 공제하고 초과분에 대해선 세율 20%를 매기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 후보는 가상자산 과세를 1년 유예해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기 시작하는 2023년으로 시기를 맞추자고 주장한다.
‘곳간지기’인 기획재정부는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가상자산 과세유예 얘기까지 나오면서 재정 상황을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의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 수행 차 방문한 이탈리아 로마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자리에서 이야기하기 적절하지 않으니 양해해 달라”고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홍 부총리가 임기 내내 재정건전성 유지를 이유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반대해온 것을 고려하면 정부는 사실상 ‘불가’ 입장을 내놓을 전망이다. 가상자산 과세와 관련해서도 정부는 “변함 없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과세유예 주장은) 당의 의견일 뿐, 정부 측에서는 바뀐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