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벤츠)와 스텔란티스 사(社) 경유차 6종의 배출가스 불법 조작(임의설정) 혐의가 환경 당국에 적발됐다. 당국은 벤츠와 스텔란티스에 각각 과징금 43억원, 12억원을 부과하고 형사고발할 방침이다.
환경부는 배출가스 불법조작이 확인된 벤츠 차량 4종과 스텔란티스 차량 2종 등 4754대의 배출가스 인증을 취소하고 형사고발 조치한다고 3일 밝혔다.
적발된 차량은 ▲G350 d(2017년 2~10월·괄호 안은 판매 기간) ▲E350 d(2017년 3월~2018년 8월) ▲E350 d 4Matic(2014년 12월~2016년 10월) ▲CLS 350 d 4Matic(2016년 1월~2017년 4월) ▲짚 체로키(2014년 8월~2015년 10월) ▲피아트 프리몬트(2013년 1월~2014년 5월) 등이다.
벤츠는 운전 시간이 지날수록 질소산화물 환원촉매장치(SCR)의 요소수 분사량이 점차 줄어들도록 조작한 사실이 적발됐다. 스텔란티스는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 가동률을 저하시키는 수법을 사용했다.
SCR과 EGR은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는 장치다. 배기관에 요소수를 공급하는 SCR은 엔진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환원한다. EGR은 배출가스 일부를 연소실로 보내 연소 온도를 낮추고,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인다.
뉴스1에 따르면 당국은 지난해 7월 SCR 불법조작으로 적발된 차종과 같은 장치가 장착된 유로6 경유차 18종을 조사하던 중 4종을 추가로 적발했다.
4종은 기존에 적발된 12종처럼 운행시간이 증가할수록 SCR 내 요소수 분사량이 줄어들도록 조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도로 주행 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은 실내 인증 기준인 0.08g/㎞보다 최대 8배가량 증가했다.
박준홍 국립환경과학원 교통연구소 연구관은 "(SCR 불법조작 여부 시험을) 지난해엔 20~30분 정도 시험했고, 이번에는 일부 다른 점이 있어 1시간 정도 진행했다"며 "요소수 분사량은 40% 정도로 감소할 수 있도록 조작됐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불법조작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벤츠로부터 제어로직 관련 자료를 제출받고 해명을 들었다. 이후 전문가 자문을 거친 뒤 불법조작 판단을 내렸다.
EGR 가동률 저하가 확인된 스텔란티스 경유차 2종은 2018년 12월에 적발된 유로6 2종(짚 레니게이드, 피아트500X)과 유사한 엔진이 탑재된 유로5 차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던 중 적발됐다.
짚 체로키는 엔진 예열 상태에서 시동해 주행한 결과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실내 인증 기준인 0.18g/㎞보다 최대 9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짚 체로키와 같은 배출가스 제어로직이 적용된 피아트 프리몬트도 같은 방법으로 적발됐다.
환경부는 이번에 적발된 벤츠 2508대, 스텔란티스 2246대의 배출가스 인증을 취소하는 한편, 결함시정 명령, 과징금 부과, 형사고발 조치할 방침이다.
벤츠와 스텔란티스에 부과되는 과징금은 각각 43억원, 12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에 따르면 벤츠는 지난해 12종 차량 불법조작으로 역대 최대 과징금인 642억원에 이어 43억원이 추가로 부과됐다. 검찰은 현재 벤츠의 불법조작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과징금 처분에 대해서는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결함시정 명령을 받은 두 회사는 45일 이내에 환경부에 결함시정계획서를 내고, 환경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국내에서는 2015년 아우디-폭스바겐을 시작으로 닛산, 포르쉐, 벤츠 등이 배출가스 불법조작으로 적발된 바 있다. 이들 업체는 배출가스 인증취소, 리콜 명령, 과징금 부과 등 행정 조치와 함께 형사고발됐다. 스텔란티스, 닛산 등은 현재 리콜 명령 취소 소송 중이다.
김승희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관은 "환경부는 2015년 이후 현재까지 총 58차종 19만대의 불법조작을 적발하고 행정처분 및 형사고발을 진행했다"며 "일련의 배출가스 불법조작 사건에 대한 조사를 일단락했고, 앞으로 유사 불법조작 사례를 철저하게 점검·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