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이 재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피해자 유족들은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호소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재판장 안동범)는 4일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이모(31)씨의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씨는 지난 7월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여자친구인 황예진(26)씨의 머리 등 신체를 수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황씨는 외상성 뇌저부지주막하출혈(뇌출혈)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8월17일 숨졌다.
검찰은 “이씨가 황씨의 복부와 어깨 등을 10여 차례 밀면서 머리 등이 유리 벽에 수차례 부딪히게 하고, 의식을 잃은 황씨를 방치했다”고 밝혔다. 이씨 측은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변호인은 “(피해자 측과) 합의할 의사가 당연히 있다”며 “피해자 유족의 인적 사항도 모르고 접근이 어려웠기 때문에 시도할 처지가 못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측 변호인을 통해서라도 사죄 의사를 전하려고 시도 중이다. 얼마든지 100번이라도 사죄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황씨의 가족과 지인 등도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봤다. 유족들은 재판이 진행된 20여분 내내 흐느꼈고, 이씨가 법정을 빠져나갈 때 방청석에선 “사형해야 한다”는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황씨의 모친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씨에 대한 엄벌을 호소하는 글을 올리며 알려졌다. 유족 측은 이씨가 피해자를 수차례 폭행했으며, 황씨가 쓰러진 뒤에도 끌고 다니며 폭행을 지속한 점 등을 들어 “가해자가 상해치사가 아닌 살인죄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다만 사건을 수사한 서울 마포경찰서는 ‘살인의 고의성’ 여부를 확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살인 대신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한 바 있다. 다음 재판은 오는 18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