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과 함께 자유·법치·인권 수호” 차이 총통 등과 면담 협력 메시지 차이 “정치 등 소통 확대” 기대 대표단, 사흘간 다양한 교류 진행
‘하나의 중국’ 원칙 中 반발 예고 속 관영매체 “무시전략 펼 것” 강조 중국군 미사일훈련 對유럽 경고EU 대표단 만나는 차이잉원 4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오른쪽)이 집무실에서 대만을 방문한 유럽연합(EU) 의회 대표단장 라파엘 글뤼크스만 의원과 만나고 있다. 타이베이=AFP연합뉴스
대만을 공식적으로 처음 방문한 유럽연합(EU) 의회 대표단이 “대만은 혼자가 아니다”며 공개적으로 지지를 천명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는 중국 정부의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일단 중국 관영매체 등에선 유럽 대표단에 대한 ‘무시 전략’을 강조하고 나섰다.
4일 대만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프랑스 출신 라파엘 글뤼크스만 의원을 단장으로 한 EU 의회 대표단은 이날 오전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방문은 대만이 혼자가 아니고 유럽이 대만과 같은 편에 서서 자유, 법치, 인류 존엄을 수호하겠다는 매우 간단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뤼크스만 의원은 “대표단의 구성원이 각기 다른 정당 소속이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대만을 매우 지지한다는 것”이라며 “대만은 역사적으로 많은 업적을 이루었고, 가장 활발하게 발전하는 민주주의 국가이며, 전 세계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수호하고 소중히 여겨야 할 보물”이라고 치켜세웠다.
차이 총통은 대표단에 EU 의회가 대만이 민주주의의 파트너라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일을 언급하면서 “대만이 경제, 과학, 문화, 정치, 인민 관계에서 유럽과 소통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기원했다.
대표단은 전날에는 대만 쑤전창 행정원장과 면담했다. 우리의 국무총리에 해당하는 쑤 행정원장은 EU 의회 대표단의 대만 방문이 EU 의회 역사상 첫 공식 방문이라며 “양측의 실질적 거리는 매우 멀지만 자유와 민주, 인권, 자유무역 등에 맞서 싸우는 측면에서는 매우 가깝다”고 했다. 이에 글뤼크스만 의원은 “권위주의적인 중국을 마주하고 있는 대만이 매우 존경스러운 민주주의를 담금질해냈다”며 “권위(주의)는 (우리가) 보고 싶은 미래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한 것”이라고 화답했다.
단장인 글뤼크스만 의원 등 EU 의회 의원 7명이 포함된 총 20명 규모의 대표단은 전날 오전 대만에 도착해 사흘간 다양한 교류를 진행한다. 대표단에는 최근 대만과의 관계 강화 방침을 천명한 리투아니아의 안드리우스 쿠빌리우스 전 총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친대만 노선을 걷는 리투아니아에 양국 간 화물열차 운행 중단 같은 경제적 보복을 가한 바 있다.
전투기 설계 원로와 악수하는 시진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국가과학기술대상 행사에 참석해 중국의 전설적 전투기 설계자 구쑹펀(顧誦芬)과 악수하는 모습. 베이징=신화연합뉴스
중국 관영매체는 유럽 의회 의원들의 대만 방문을 무시하는 전략을 펼칠 것을 주장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사설에서 “서구 의원은 인터넷 유명인처럼 이목을 끌기 위해 중국과 갈등이 생기면 앞장서는 경향이 있다”며 “실질적인 권력이 없어 중국 정부는 서방 의원들의 도발에 대한 대응 수위를 다소 낮춰도 무방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의원들의 언행에 휘둘려 반응하면 에너지와 자원을 소모할 뿐 주요 현직 관리에 관심과 화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중국 인민해방군은 초음속 지대함 미사일발사 훈련 장면을 공개하는 등 위협적 상황을 연출하며 대만, 그리고 유럽을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중국중앙방송(CCTV)은 대만을 담당하는 동부전구 해군의 기동 대함미사일 부대가 해안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CCTV는 대함미사일 부대가 발사한 미사일이 수백㎞ 거리의 목표물에 정확히 명중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