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요소수 품귀 현상에 정부가 수입처 다변화, 산업용 전용 등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고 있다. 겨우겨우 요소수를 구하고 있는 화물차 운전자들은 곧 발이 묶일까 걱정이다. 일부 요소수 공장은 원료가 없어 멈춰섰다. 업계에서는 원료 공급이 안 되면 내달 중 시중 요소수 물량이 동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용 요소수도 빠듯… “배출 기준 완화해야”
정부는 이 외에도 중국에 요소 수출 전 검사 절차를 조기 진행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수입처 다변화도 시도 중이다. 그러나 올해 요소 수입량의 97%가량이 중국산이어서 중국이 빗장을 풀지 않으면 근본 해결이 어렵다. 업계에서는 국내 자체 생산은 설비부터 들여와야 해 2∼3년가량 걸린다고 밝혔다.
수입 업계 관계자는 “중국 거래처는 공급하고 싶어하나 정부에서 막고 있어 개별 기업으로서는 협상할 여지가 없다”며 “러시아산을 수입하던 이탈리아 등에서도 상황이 어려워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각국 요소 가격이 지난해 10월 t당 250달러에서 현재 1000달러까지 올랐다”고 덧붙였다.
◆화물차 운전자들 “어떻게 먹고 살지 막막”
요소수 품귀로 화물차, 건설기계장비 등 현장에서는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이날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25t트럭 운전자 김청수(52)씨는 “운행거리가 많아서 사흘에 한 번은 요소수를 넣어야 한다”며 “이틀 전 단골주유소에서 어렵사리 한 통을 구했는데, 당장 주말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비싼 기름 값에 요소수 문제까지 생기니 화물차 운전자들은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4.5t 트럭을 모는 이모(54)씨는 “위드코로나로 운송 물량이 늘어날 거라 기대했지만 요소수 때문에 운행을 멈춰야 할 상황이다. 눈앞에 있는 물량을 놓칠 판”이라고 한탄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굴착기를 모는 김연우(43)씨는 “10ℓ에 1만원 안팎이던 요소수가 12만원까지 올랐다“며 “기름값에 요소수 값을 빼면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덤프트럭, 굴착기, 콘크리트 믹서트럭 등 화물자동차의 60%가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를 장착해 요소수를 투입하지 않으면 기계작동이 불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장옥기 건설산업연맹 위원장은 “운수종사자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및 해결대책이 없다”며 “공적 영역에서 요소수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수입선이 막힐 경우 12월에 시중 물량이 동날 것으로 전망한다. 수입 업체 관계자는 “지난달말에 2개월 분이 들어왔어야 하는데 안 들어왔다”며 “우리 재고는 이달 말에 다 동나고, 시장에서는 12월 중 바닥날 것 같다”고 밝혔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1월부터는 아예 물량을 구하기 힘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일부 요소수 공장은 가동을 멈췄다. 충북 오창읍의 한 요소수 제조·판매업체는 “원료가 없어 엿새 전부터 요소수를 제조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공장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경유차 SCR를 조정해 오염물질 배출을 늘리는 방안이 있으나 가능성은 낮다. 상용차 업계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물류가 중단되면 소프트웨어를 다운그레이드해서 요소수가 필요하지 않게 만드는 방법도 있지만 이 경우 환경 문제가 15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