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2세 청년 강도영(가명)씨는 대구지방법원에서 존속살해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5월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굶기고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혐의 때문이다. 하지만 집에 가스가 끊기고 쌀을 사먹을 돈마저 없을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렸고, 복지제도의 도움도 받지 못했던 강씨의 형편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그를 선처해 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밖에도 강씨 어머니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집을 나가 아버지와 둘이 지냈고 온몸이 마비된 아버지에게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2시간마다 자세를 바꿔주느라 24시간을 홀로 간병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씨에 대한 2심 선고는 오는 10일 대구고등법원에서 열린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도 지난 5일 SNS에 “우리가 그에게 드리는 답은 ‘살인죄 실형’이 아니다”며 “국가와 동료 시민들이 그의 곁에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부겸 국무총리,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날 국회에 출석해 “국가가 역할을 다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강씨의 선처를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건 결국 강씨 사례와 같은 ‘간병살인’에 정부 책임이 크다는 시각 때문이다. 강씨의 아버지는 뇌출혈로 쓰러진 직후 요양병원에 입원했지만 요양급여도 받을 수 없었다. 그의 나이가 56세로, 요양급여는 만 65세 이상만 받을 수 있다.
또 가난하거나 아픈 사람이 행정기관에 본인의 사정을 입증을 해야만 국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당사자 신청주의’에 입각한 복지체계로 인해 관할 지자체가 강씨의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씨 가족은 집에서 간병을 시작한 이후 경제활동도 제대로 하지 못해 월세를 밀리고 도시가스·휴대폰도 끊겼지만 긴급복지 돌봄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복지시스템에 대한 긴급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김범중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강씨는 노인과 장애인에 집중되어 있던 한국형 복지시스템의 전형적인 사각지대에 놓인 사례”라면서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긴급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을 국가가 먼저 발굴할 수 있게끔 인력과 예산을 충원해야 하고 의료기관이 아닌 지역사회가 중심이 되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뮤니티 케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