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도 ‘유령’ 계열사 내세운 ‘벌떼 입찰’ 우려…“정부서 근본 해결책을∼” 호소 [일상톡톡 플러스]

정부 “각종 부작용 야기했던 방식 대신 공급 개선 제도 적용하면
계열사 동원해 입찰하는 ‘벌떼입찰’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벌떼입찰’ 근절 위한 제도 개선 노력 뒤따르고 있지만
관련 업계에선 실효성 낮다는 지적도 있어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공공택지를 대상으로 한 이른바 ‘벌떼 입찰’을 두고 그동안 국회 국정감사 등 각계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되레 지능적이고 음성적으로 변해가고 있어 업계에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벌떼 입찰은 공동 주택용지 당첨 확률을 높이려는 건설사가 계열사 수십개를 동원하는 수법으로, 국민의 토지를 강제 수용한 택지로 과도한 분양 이익을 얻으며 독식하는 폐단이 누차 지적돼왔다. 

 

입찰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어 페이퍼컴퍼니인 이른바 ‘유령회사’로 ‘특혜’를 받았던 몇몇 업체가 수조원의 부당이득을 취했음에도 유야무야 넘어가는 건 당국에서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욱 지능적이고 음성적으로 변해가는 ‘벌떼 입찰’

 

LH는 공공택지 개발로 수용한 땅을 공개입찰 방식으로 매각하면서 추첨을 통해 낙찰자를 정한다.

 

그간 일부 건설사업자들은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시행·시공 능력이 없는 페이퍼 컴퍼니를 동원하는 불법적 행태를 보여왔다. 현행 법규상 1개 회사당 하나의 공공택지 입찰권만 행사하는 것이 원칙이다.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A사는 최근 10년간 계열사를 동원해 공공택지 가격 총액 2조729억원가량의 물량 중 1조185억원을 입찰받고 이를 활용해 담보신탁 대출용 택지 전매를 시도했다.

 

앞서 문 의원은 지난달 20일 열린 국토위의 경기도 국감에서 “벌떼 입찰 조사로 A사는 9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자진 폐업했는데, 폐업 처리한 것은 건설시공 면허”라며 “주택건설업 면허는 남아있어 여전히 공공택지 분양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시 국토위 소속 신동근 민주당 의원도 B사를 언급하면서 “(이 회사는) 작년에도 벌떼 입찰로 지적을 받았다”며 “이처럼 건설사들이 벌떼 입찰로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가는 것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문의하자 ‘판단 대상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전국적으로 철저한 조사와 이를 차단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역시 국토위 소속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도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B사와 관련해 2019년 7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LH가 공급한 83개 공공택지 중 36%에 해당하는 30개를 낙찰받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B사는 자회사 13개를 동원해 공공택지 입찰에 무려 741회 참여했고, 이렇게 해 10개 택지를 확보했다고 송 의원은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벌떼 입찰 근절과 관련해서 정부가 더 확실한 개선책을 내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간 내 분양을 하지 않으면 토지에 대한 회수 조처를 하고 감점을 하는 등 강력한 제재가 뒤따라야 제도의 실효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제언이다.

 

◆“기간 내 분양하지 않으면 토지 회수, 감점 등 강력한 제재 뒤따라야”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문제가 산적했는데도 특정 업체에 또다시 가점제도를 교묘히 적용해 현재 개발 중인 3기 신도시 토지를 몰아줄 우려도 있다”며 “이런 제도는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보다 더 큰 이중특혜를 주는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물론 당국도 나름의 조처를 하고 있다.

 

벌떼 입찰 차단을 위한 제도 개선을 목적으로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을 개정한 바 있다. 또 지난 3월부터 공공택지의 공급 방식을 추첨제에서 평가제로 변경하고 적용 범위를 점차 늘려가기로 했다.

 

당국은 이처럼 기존 입찰방식 대신 업체의 사회적 기여와 주택 품질 등을 평가해 벌떼 입찰 등 부작용을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업체의 사회적 기여 등 주택 품질 평가로 ‘벌떼 입찰’ 부작용 차단하겠다”

 

국토교통부 측은 “각종 부작용을 낳았던 추첨식 택지공급 방식 대신 앞으로 개선제도를 적용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아파트 건설용지 공급 시 임대주택 비율 등 사회적 기여, 주택 품질 등의 평가를 통해 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급방식의 변화로 계열사를 동원해 입찰하는 벌떼 입찰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임대주택 건설형을 포함해 평가방식으로 공급하는 택지의 비율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건전한 질서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의 이 같은 제도 개선책이 벌떼 입찰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해법은 못 된다는 시각도 있다. 벌떼 입찰에 밀려 공공택지를 확보하지 못한 업체 대부분 달라진 평가제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운 현실 탓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달라진 평가제 방식도 특정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며 “제도 개선은 말뿐으로 기존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푸념도 적잖다”고 전했다.

 

또다른 건설업체 관계자는 “벌떼 입찰이라도 취득한 공공택지로 사전 청약을 신청하면 6%의 가점을 준다고 한다”며 “정부 입찰 시 소수점까지 다투는 통례로 본다면 6%의 가점은 ‘당첨권’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탓에 결국 벌떼 입찰로 물의를 일으킨 업체들에 되레 가점을 줘 ‘그들만의 리그’를 조성할 수 있게끔 오히려 길을 터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고개를 든다는 게 이 관계자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