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낭보가 들려왔다. 한국마사회 소속 경주마 ‘닉스고(knicks go)’가 세계 최고 권위의 브리더스컵 클래식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는 소식이었다.
전 언론이 닉스고의 쾌거를 전하며 “씨수말로서의 가치 역시 급상승했다”고 덧붙였다. 경마 소식에는 항상 몸값, 씨수말, 교배료 등 내용이 따라붙는다. 말에게 좋은 성적은 곧 ‘우수한 유전자’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닉스고’ 배출한 종축개량 기술 ‘케이닉스’
한국마사회는 2008년부터 서울대학교와 공동연구를 통해 우수 유전자를 선발할 수 있는 ‘케이닉스(K-NICKS)’ 기술을 개발했다.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말의 유전자를 검증된 말의 유전자와 비교해 유전 능력을 산출하는 것으로, 3건의 특허를 따냈을 만큼 세계적으로 정확도를 인정 받았다.
이어 한국마사회는 케이닉스를 기반으로 한 해외 종축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해외에서 우수한 어린 말을 선발해 조기에 저가로 매입한 뒤 경주마로 육성해 현지에서 몸값을 높이고, 씨수말로서 능력이 검정 되면 한국에 들여와 국내산마의 유전적 개량을 추진한다는 중장기 계획이다. 사업은 세계 최대의 경주마 생산국이자 한국과 경주로가 유사한 미국에서 진행한다.
2015년 처음 미국에서 선발된 말들은 2016년부터 대상경주, 브리더스컵 등에서 상위권 성적을 내며 두각을 드러냈다. 그중 ‘빅스’는 2018년 3월 케이닉스 선발마 중 처음으로 한국에 들어와 씨수말 활동을 시작했다.
2016년 매입한 ‘미스터크로우’는 총 16번의 경기에서 4번의 우승과 3번의 준우승을 기록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둔 뒤 2019년 한국 장수목장에 들어와 씨수말로 데뷔했다. 미스터크로우의 조부는 한센의 부마와 동일한 타핏이다. 지난해 68회 교배에 성공하는 등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닉스고는 2017년 미국 킨랜드 경매에서 선발해 8만7000달러(약 1억원)에 구입한 경주마다. 이번 브리더스컵 클래식 우승을 포함해 총 수득 상금이 103억원을 넘겼다. 이미 초기 몸값의 100배 이상을 벌어들인 셈이다.
최종 목표는 역시 국산마 능력 향상이다. 닉스고는 내년 1월 페가수스 월드컵을 끝으로 은퇴해 미국에서 씨수말로 활동하다가 이후 한국에 들어온다.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국내산 경주마 개량에 케이닉스 기술을 활용하면 전통 방식으로 개량할 때보다 11년의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종축개량을 통한 수입대체 효과는 연간 약 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진우 한국마사회 종축개량TF 부장은 “미국, 일본, 아일랜드는 각각 스타 씨수말 1두로 세계 최대 경주마 생산국으로 도약했다. 한국도 케이닉스를 활용해 국제 종축시장의 메이저가 될 수 있다”면서 “말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하는 동시에 국산 경주마의 질적 수준 제고로 한국 경마의 선진화와 국제화를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