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의 옥수수’가 남긴 美맥주와 위스키 [명욱의 술 인문학]

옥수수를 넣어 만든 버드와이저 맥주와 위스키

한때 인디언이라고 불렸던 종족이 있다. 한때 거대한 미 대륙을 호령했으며, 300년간 서양의 제국주의에 맞서 처절하게 싸웠던 종족, 아메리카 원주민이다. 최근에는 미국 원주민(Native American)이라는 표현에 거부감을 표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원주민이라는 표현은 어디까지나 침략자 입장에서 나온 단어라는 것이다.

아메리카 인디언은 자신의 땅을 잃어버린 슬픈 역사의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아이로니컬하게 인류를 기아에서 구출해 줬다고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옥수수다. 청교도인들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플리머스 식민지, 지금의 매사추세츠주에서 생활을 시작했을 때, 제대로 농사도 짓지 못했다. 그때 인디언 부족 왐파노아그족이 선물로 준 것이 바로 옥수수다. 옥수수 자체를 선물해준 것은 물론 경작 방법까지 알려주기도 했다. 그것을 통해 시작한 것이 미국의 추수감사절이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옥수수는 기존의 밀과 쌀과 달랐다. 바로 어떤 기후에서도 잘 자란다는 것이다. 저지대·고지대, 온대·열대를 막론하고 적응력이 어마어마하게 뛰어나다. 무엇보다 생산성이 대단하다. 18세기까지만 해도 한 톨의 씨앗으로 수확할 수 있는 양이 밀은 약 5톨, 쌀은 약 18톨, 그런데 이 옥수수는 무려 100톨이 넘는다. 게다가 옥수수를 재배하는 기간은 1년에 불과 50일. 일주일에 하루만 일해도 이 멋진 열매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미 대륙에 고대 문명이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 옥수수 재배를 통한 잉여노동력 덕분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곤 한다. 그래서 밀, 쌀을 제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작물이 되었다. 콘프로스트 등 시리얼에도 사용되며, 가축 사료와 바이오 원료로도 쓰인다.



이러한 옥수수를 추가적으로 넣어 만든 맥주가 우리가 잘 아는 미국 맥주 버드와이저, 밀러 등 부가물 맥주(adjunct Larger)라고 불리는 것들이다. 맥아 이외에 옥수수나 쌀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주를 만든 이유는 미국에서 생산된 보리 품종이 유럽과 달랐기 때문. 유럽의 보리는 두 줄 보리이지만, 미국 보리는 여섯 줄 보리였다. 이 여섯 줄 보리는 수확량은 많았으나 전분량이 적어 술로 만들기 애로사항이 많았다. 그래서 미국 양조업자들이 생각한 것이 보리 대신에 저렴한 옥수수를 넣기로 한 것이다. 이 스타일의 맥주는 전 세계로 퍼져나가서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대기업 맥주에도 이 옥수수 전분이 들어간다. 향과 풍미를 즐긴다기보다는 심플하고 간결하며 청량감 위주로 마시는 맥주라고 볼 수 있다.

추가적으로 이 옥수수를 주재료로 만든 위스키가 바로 미국의 버번위스키(Bourbon whiskey)다. 이러한 옥수수 위스키가 나오게 된 계기는 옥수수를 팔 방법이 변변치 않다 보니 이것을 가지고 위스키로 만들었다는 설이다. 다만 옥수수만 섭취하게 되면 ‘펠라그라’라는 결핍성 질병이 가지게 되니 다른 음식 등과 함께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참고로 우리가 영화관에서 자주 먹는 팝콘도 아메리카 인디언의 산물이다.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온 청교도인의 추수감사절에 축제의 선물로 튀긴 옥수수를 사슴가죽 가방에 가지고 온 것이다. 술과 음식, 시리얼, 바이오 원료로도 사용되는 고마운 작물인 옥수수. 이번 주말에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감사의 표현으로 팝콘 먹으며 영화라도 한 편 봐야 할 듯하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랜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