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손질… 민간 재건축 숨통 트일까

광명 첫 분상제 분양가 ‘시세의 반값’
조합측 “재심의 요청 검토” 곳곳 갈등
서울은 더 심각… 분양 일정까지 미뤄
정부, 개편안 내놓으며 공급확대 기대
시장선 “심사 정비일 뿐” 관망 분위기
사진=뉴스1

신규 아파트 분양가상한제를 둘러싼 파열음이 계속되면서 수도권 전역에서 분양 일정이 지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가 직접 나서 개편안을 내놨지만, 분양가에 대한 사업주체와 지자체 간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란 분석이 나온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광명뉴타운 내 첫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인 광명2구역에서는 지난 4월 착공 이후 광명시와 광명2구역 재개발조합 간 분양가 책정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 광명시는 광명2구역 일반분양가 상한을 3.3㎡(1평)당 2000만6112원으로 확정해 조합 측에 통보했다. 당초 조합이 제출했던 금액보다 3.3㎡당 250만원가량 깎인 금액이다.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는 조합과 시공사 입장에서는 분양가가 낮아지면 그만큼 수익성이 줄어들게 된다. 광명시가 지나치게 분양가를 후려쳤다며 조합 측이 강하게 반발하는 배경이다. 주변 신축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11월 입주한 광명동 아크포레자이위브(84㎡)는 12억원대, 올해 3월 입주한 철산동 철산센트럴푸르지오는 15억∼16억원선으로 3.3㎡당 시세가 3700만∼4500만원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광명2구역의 분양가가 이대로 확정되면, 주변 시세의 반값이 되는 셈이다. 조합과 시공사는 분양가 재심의를 요청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가 갈등은 인근 지역 곳곳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광명시에서는 광명2구역 외에도 사업지 9곳의 2만3000가구 물량이 분양가 심사를 앞두고 있어서다. 신규 물량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서울은 분양가상한제를 둘러싼 갈등이 한층 더 심각하다. 조합원 물량을 뺀 일반분양만 5000가구에 육박하는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와 서초구 방배5구역, 송파구 신천동 잠실진주아파트 등이 지자체가 정한 분양가 상한에 반발하며 분양 정을 내년으로 미뤄둔 상태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서울에서 연내 분양을 계획 중이거나 분양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아파트는 모두 23개 단지, 2만7000여가구에 달한다.

2·4 대책으로 수도권 30만가구 주택 공급계획을 밝힌 정부 입장에서도 분양가 문제가 재건축 사업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안타깝긴 마찬가지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지난 8일 지자체마다 들쭉날쭉한 분양가 인정 항목과 심사 방식을 구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분양가상한제 심사 매뉴얼을 발표했다. 지자체의 과도한 재량권이 축소돼 민간의 예측 가능성이 커지면서 그간 지지부진했던 재건축 사업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안을 주택공급 확대로 연결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규제를 완화했다기보다 심사 기준을 합리적으로 정비했다는 의미가 크다”면서 “분양가가 일부 올라갈 수는 있겠지만, 현재 분양가상한제 체제에서는 민간에서 원하는 수준까지 가격이 책정되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분양을 앞둔 재건축조합들도 당장 분양가 심사를 서두르는 대신 조금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 매뉴얼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조합이 많은 것 같다”며 “대부분 내년 대선 결과와 정부의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를 본 뒤에 희망 분양가를 결정하겠다는 기류”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