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올라도 시급은 6287원… ‘열정페이’ 강요받는 미용 스태프

미용 스태프 평균 시급 6287원...최저임금의 72%
월평균 22만원 재료비·교육비 개인 부담
무급노동과 갑질 일상적
헤어디자이너 돼도 열악한 처우 바뀌지 않아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년재단에서 열린 ''미용실 스태프ㆍ헤어디자이너 근로조건 실태조사 결과발표회''에서 참석자들이 ''2021년도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미용실 종사 청년 평균 시급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새벽에 나와서 일하는 날이 가끔 생기는데 새벽 수당을 주지 않는다. 업무 내용에 청소는 없는데 청소를 무조건 시키고, 업무시간보다 1시간 일찍 나와서 청소해도 수당은 못받는다. 상사에 커피 타주기, 밥 차려주기, 설거지해주기, 가방 들어주기, 점심시간에 일하기 등을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한다.

 

미용실 스태프 대다수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시급을 받으며 ‘열정페이’를 강요받고 있다는 청년단체의 실태조사가 나왔다. 지난 9월 한달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만 29세 이하 미용실 스태프 333명과 헤어디자이너 172명의 노동환경을 조사해 분석한 결과다.

 

11일 청년유니온이 서울 종로구 청년재단에서 발표한 ‘2021 미용실 스태프&헤어디자이너 근로조건 실태조사 분석 결과’를 보면, 미용 스태프의 평균 시급은 6287원으로 올해 최저임금 8720원의 72% 수준에 불과했다. 실수령액 기준 월 평균 임금은 129만7000원이었고, 스태프의 1주 평균 노동시간은 48시간으로 조사됐다.

 

앞서 청년유니온은 2012∼2013년 한차례 전국의 198개 미용실을 대상으로 미용실 스태프 근로조건 실태조사를 벌였다. 당시 미용실 스태프의 평균 시급은 2971원으로 최저임금 4860원(2012년)의 61% 수준에 그쳤다. 월 평균 임금은 93만원이었고 1주당 평균노동시간은 64.9시간이었다.

 

2021년 스태프의 평균 시급이 2013년보다는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법정 최저임금을 한참 밑돈다. 통계상 스태프의 주당 평균노동시간은 줄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의 여파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청년유니온은 “8년간 최저임금이 1.9배 높아진 것이 (평균 시급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64.9시간이었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줄어 월평균 실소득 증가는 시급 상승 폭보다 작았다”고 분석했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년재단에서 청년유니온이 ''미용실 스태프ㆍ헤어디자이너 근로조건 실태조사 결과발표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태프의 평균 시급이 최저임금에 크게 못 미치는 이유 중 하나로 ‘재료비·교육비 개인 부담’ 등이 꼽힌다. 이번 조사에서 수강료나 교육에 사용하는 가발 등 재료비를 월급에서 공제한다고 답한 비율은 응답자의 75.4%에 달했다. 매월 부담하는 교육비와 재료비는 평균 22만원이었다. 교육비를 월급에서 공제한다고 답한 37% 외에, 별도 납부한다고 답한 비율이 43%인 점을 고려하면 공제하든 않하든 다수의 스태프가 추가 부담금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당한 이유로 무급노동을 하거나 ‘갑질’을 당한다는 응답도 많았다. 서술형 응답을 보면 “매장과 관련된 일이 아닌 원장님 개인적인 용무도 해결해야 했다”거나 “폐쇄회로(CC)TV로 직원들 쉬는 거 감시하고 인격모독, 마음에 안 드는 인턴 있으면 그 인턴 사람 취급 안 한다”, “교육하는 사람들도 아주 어이없게 비싼 돈 받고 교육하는데 입사하면 그 교육은 꼭 들어야 한다” 등의 답변이 있었다.

 

이런 열악한 처우를 견디고 스태프에서 헤어디자이너가 돼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조사에 따르면 헤어디자이너의 평균 시급은 7697원으로 스태프와 마찬가지로 올해 최저임금 8720원에 미치지 못한다. 실수령 기준 월 평균 임금은  214만7000원, 1주 평균 노동시간은 53.8시간이었다.

 

대다수 헤어디자이너는 프리랜서로 미용실과 계약해 ‘특수고용 노동자’에 해당한다. 4대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거나 퇴직금을 못 받는 등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4대 보험에 모두 가입했거나 일부 가입했다는 응답은 11%에 그쳤다. 그러나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답변이 96%에 달하는 등 사용자에 종속된 부분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유니온은 “(조사에 응답한) 노동자의 평균 연령이 20대 초중반이라는 것은 주목할 부분”이라며 “일 경험이 부족한 노동자들은 무엇이 나의 권리이며 이를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 알기 어렵다. 업계 종사자 노동권 강화를 위한 실태 파악과 적극적인 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