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괴 묻혀있단 소문 믿고… 옛 일본인 농장 침입한 30대 검거

전북 익산시 주현동에 자리한 옛 일본인 농장 건물. 익산시 제공

전북 익산시 도심에 자리한 옛 일본인 농장주 건물에 엄청난 양의 금괴가 묻혀있다는 소문을 믿고 이를 훔치기 위해 건물에 침입한 3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익산경찰서는 확인되지 않은 금괴를 훔치기 위해 국가등록문화재 건물에 침입한 혐의(절도미수)로 A(30대)씨를 검거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지난 6일 오후 5시쯤 익산시 주현동 옛 일본인 농장 건물(국가등록문화재 제209호)에 무단으로 들어가 물건을 훔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건물을 뒤지다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조사 결과 A씨는 최근 인터넷 보도 등을 통해 ‘금괴 매장설’을 접하고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옛 일본인 농장 건물에 대한 금괴 매장설은 지난 3월부터 지역사회에 확산하기 시작했다. 일제 강점기 대주지였던 한 일본인(오하시)이 자국이 패망하자 급거 귀국하면서 재산 전부를 금으로 바꿔 농장 지하에 묻어놨다는 소문이 돌았다.

 

당시 전북에 거주하는 한 탈북민 A씨는 “일본인 농장주가 자신의 조부였는데, 해당 건물에 금괴 2t(시가 1300억원 상당)이 묻혀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나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A씨는 탐사장비를 동원해 농장 창고 일대를 자체 조사한 결과 창고 건물 지하 6m에 금괴가 묻혀있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해당 토지를 매입 또는 임대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그는 앞서 2012년 6월 대구 동화사 금괴 발굴 소동을 벌인 당사자로 확인됐다.

 

이런 소식을 접한 지역민 사이에서는 실재할 가능성에 있다는 추측이 확산했다. 해당 농장이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된 데다 전북 곳곳에 금광이 다수 분포하고 익산이 예로부터 금 등을 세공하는 ‘보석의 도시’로서 자리한 점을 고려한 때문이다.

 

해당 농장은 일제 강점기 당시 호남지역 최대 쌀 재배지였고 사무실을 포함한 창고 3개 동 중 1개 동은 일제강점기인 1914년 건축면적 41.32㎡(연면적 75.2㎡) 규모로 건립됐다. 이 건물은 항일만세운동을 했던 곳으로 독립 이후 한동안 화교협회가 소유하며 학교로 활용해왔다. 근래 들어서는 이웃한 천주교 성당에서 주차장으로 쓰기 위해 소유한 것을 익산시가 항일역사관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매입해 보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 농장주가 금괴를 매장해 은닉했다고 광복회가 추정하는 농장 건물 계단 지하(위)와 바닥면. 광복회 제공

최근에는 광복회가 기름을 들이부었다. 광복회는 옛 일본인 농장 건물 지하에 금괴와 문화재 등이 매장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과 함께 최근 해당 건물의 바닥이 파헤쳐진 흔적을 발견했다며 금괴나 매장 문화재의 도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문화재청 등에 조사와 수사를 의뢰했기 때문이다.

 

광복회는 지금까지 전국 곳곳에 남아 있는 친일 재산(공시가 기준 780억원 상당)과 일본인 재산(〃105억원 상당)을 찾아내 국가에 귀속하는 사업을 진행한 적이 있어 이번 금괴 매장 주장에 무게를 싣는 셈이 됐다.

 

앞서 광복회는 광복 76주년을 앞둔 지난 8월 13일 익산시에 일본인 농장 건물의 매장물 발굴과 사전탐사를 신청했으나 불허됐다. 문화재청 허가 없이 재량권을 행사할 수 없는 데다 항일독립기념관 복원 사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광복회는 전북도 행정심판위원회에 불허가 처분 취소 청구를 신청해 지난달 8일 현장 검증에 과정에서 일본인 농장주가 매장해 은닉했다고 의심되는 구석진 계단 밑 콘크리트 바닥이 최근 파헤쳐지고 지하를 뚫은 흔적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마감처리조차 없이 허술하게 나무판자로 급히 덮어놓은 듯한 모습도 목격했다는 설명이다.

 

광복회 관계자는 “땅속의 도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 보존과 사전탐사를 통한 조사가 필요하지만, 자치단체가 이를 이행하지 않은 채 멀쩡한 문화재 건물 콘크리트 바닥을 파헤친 채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광복회는 최근 1년 동안 방치한 농장 복원사업에 대해 부랴부랴 긴급 예산을 편성해 현장 검증 기일에 맞춰 진행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또 익산시가 올해 초 예산 1000만원을 편성해 사전탐사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실행하지 않은 이유 등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익산시는 “항일독립기념관 사업 일환으로 2019년 낡은 2층 계단과 기둥, 보 등에 대한 복원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바닥을 손댄 것”이라며 “사전탐사는 지질탐사를 하더라도 땅속 깊숙한 곳까지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는 전문가 자문에 따라 포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익산시 관계자는 “금괴 매장설의 근거가 없는 데도 헛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고 일축한 뒤 “문화재 보호를 위해 사설 경비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익산경찰도 금괴 매장 여부에 관계없이 도굴 시도나 문화재 훼손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순찰을 강화하는 한편 사기 행각 등으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사범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