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가 많은 나라 스위스! 그 호수는 바다처럼 눈앞에 펼쳐지기도 하고 푸른 융단으로 나를 감싸기도 한다. 스위스 호수 중 가장 큰 호수의 면적은 580㎢이란다. 서울 면적이 605㎢라고 하니 상상하기 쉽지 않다.
스위스 서쪽, 바다처럼 거대한 눈썹 모양을 한 호수를 찾아 출발한다. 레만 호수(Lake Leman)다. 호수 서쪽 끝에 도시 ‘제네바’가 있어 ‘제네바호’로도 알려져 있다. 호수 남쪽으로 프랑스 생수로 유명한 ‘에비앙’이 있다. 두 나라가 차지한 호수 면적은 6대4로 스위스가 접한 면이 넓지만, 지도에서는 대략 남과 북을 반으로 나누어 놓은 듯하다.
레만 호수 주변 지역은 수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찰리 채플린이 여생을 보낸 브베(Vevey), 오드리 헵번이 노년을 보낸 모르주(Morges), 그리고 록밴드 ‘퀸’의 리더 프레디 머큐리가 사랑한 도시 ‘몽트뢰’가 대표적이다. 2018년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로 프레디 머큐리(1946~1991) 생애와 퀸의 음악이 다시 화제가 되었다. 몽트뢰를 사랑한 그는 후반기 대부분의 앨범 작업을 이곳에서 했다고 한다. 넓은 광장에서 프레디 머큐리의 동상이 힘찬 모습으로 인사를 건넨다. 수많은 관광객들은 그를 둘러싸고 있다. 퀸의 마지막 앨범 ‘메이드 인 헤븐! 몽트뢰는 그에게 천국 같은 평화로움을 안겨줬을까. 문득 생각이 미치어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귓가에 들리는 노래는 마치 눈앞에 서 있는 그가 부르는 듯하다.
사실 몽트뢰는 재즈페스티벌로 더 유명하다. 1967년부터 매년 2주 동안 열리는 여름 축제를 즐기기 위해 전세계 재즈 애호가들과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페스티벌이 열리지 않는 시기에도 거리 곳곳에서 재즈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설렘으로 몽트뢰 최고 호텔 페어몬트 팰리스에 들어선다. 훌륭한 음식과 최고의 서비스를 경험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이곳에서 재즈 음악을 즐겨 보고 싶기 때문이다. 1층 레스토랑 ‘재즈 카페’에서 시간을 기대하며 먼저 호텔 체크인을 서두른다.
호텔에 짐을 풀고 호수를 따라 드라이브를 나선다. 마침 10㎞로 안 되는 곳에 찰리 채플린의 도시 브베가 있다고 하여 들를 생각이다. 기차로는 5분 거리라고 하지만 창문을 열고 달려 호숫가를 따라나선다. 몽트뢰보다 작지만 넓게 펼쳐진 호숫가 도시가 반긴다. 양쪽 끝이 한없이 뻗어 확 트인 시야가 일품이다. 잔잔하고 넓은 호수 위로 생뚱맞은 거대한 조형물이 보인다. 포크 오브 브베(Fork of Vevey)는 높이 8m, 너비 1.3m의 거대한 스테인리스 스틸 포크다. 음식과 네슬레 역사에 대한 상설 전시회가 열리는 음식박물관(Alimentarium)의 일부라고 한다. 찰리 채플린 동상 못지않게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듯 보인다. 채플린도 포크를 바라보며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