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치솟는 국제 유가에 비상이 걸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이어 한국과 인도, 일본 등에도 비축유 방출을 요청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몇 주간 바이든 대통령과 측근들은 각국이 조율해 비축유를 풀어놓는 가능성을 놓고 한국 등 우방국과 논의를 이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화상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비축유 방출을 요청한 바 있다.
보도에 의하면 일본은 즉각 긍정적 반응을 나타냈으나 타국의 입장이 어떤지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의 경우 올해 8월 말을 기준으로 총 9700만 배럴의 석유를 비축 중인데, 이는 석유 수입 없이 국내에서 106일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로이터는 “최근 인플레이션과 국제 유가 상승으로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이 뚝 떨어지는 등 백악관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 거세진 가운데 비축유 방출 요청이 등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산유국이 미국의 증산 요청을 거부한 데 따른 불만도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의 주요 석유 소비국이 일제히 비축유를 방출하는 경우 OPEC로서도 더 이상 미국의 증산 요구를 외면하기 힘들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미국이 먼저 전략 비축유를 대거 방출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미국 정부는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나 고유가 행진으로 취임 10개월 만에 지지율이 40%대 초반까지 떨어진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은 전시 등에 대비해 세계 최대 규모인 7억2700만 배럴의 전략 비축유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석유 수입 없이 미국 국내에서만 90일 동안 소비할 수 있는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