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상대방의 대선 후보를 겨냥한 날선 네거티브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돌상 엔화’ 공세에 이어 윤 후보가 얼마 전 전남 목포에서 전직 시의원들과 가진 만찬 비용을 내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돌상 엔화 발언이 ‘가짜뉴스’로 판명돼 민주당이 역풍을 맞았고, 목포 만찬 의혹 역시 식사 비용을 지불한 영수증이 있다는 윤 후보 측의 반박이 나오면서 힘을 잃게 됐다. 민주당은 이뿐 아니라 이재명 대선 후보의 수행실장인 한준호 의원이 대선 후보 배우자들의 자녀 유무를 ‘국격’과 연결 짓는 글을 올렸다가 공분을 사면서 구설에 올랐다. 그간 툭하면 언론 탓을 하며 최근엔 ‘언론중재법’을 밀어붙이기도 했던 여당이 정작 가짜뉴스의 진원지가 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21일 민주당의 잇단 공세를 비판하는 논평을 연달아 냈다. 임승호 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의 ‘막장 선거전략’이 날이 갈수록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연이은 망언과 근거 없는 가짜뉴스 살포는 기본이고 제대로 된 사과조차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의원의 이른바 ‘토리(윤 후보의 반려견) 엄마 김건희(윤 후보의 부인)’ 페이스북 글을 “정치사에 길이길이 남을만한 ‘희대의 망언’이었다”고 평가하면서 “그럼에도 한 의원은 수일 동안 사과를 거부하다가 사흘 만에야 등 떠밀려 사과를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임 대변인은 “한 의원의 망언으로는 부족했는지 이번에는 송영길 대표가 ‘막장 선거전략’을 이어받았다”며 “윤 후보의 돌잔칫상에 놓인 옛날 돈 1000환을 엔화(일본 화폐)라며 거짓선동을 하다가 국민의 비판을 받자 ‘유감을 표한다’는 짧은 말만 남기고 사라졌다”고 질타했다. 그는 또 “집권 여당의 선거 전략이 ‘아니면 말고’ 식의 흑색선전뿐이니, 지켜보는 국민들의 분노만 커져갈 뿐”이라며 “선거 시기라 급한 건 이해하지만, 참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고 일침을 놨다.
같은 당 김연주 상근부대변인도 논평을 내 “이 후보 측이 연일 허위 사실에 근거한 흑색선전에 열을 올리며 진흙탕 선거판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이용빈 대변인이 지난 19일 윤 후보의 목포 만찬을 문제 삼으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힌 것을 두고 “기본적인 사실 관계를 전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검찰에 고발부터 하는 행위는 비상식적일 뿐더러 저의도 의심스럽다”고 일갈했다.
윤 후보의 수석대변인인 이양수 의원은 전날 민주당의 목포 만찬 공세에 대해 “윤 후보는 자신의 식사비용을 결제하고 영수증을 받았다. 영수증은 식당에 확인하면 된다”며 “즉시 사과 후 철회하지 않으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할 것”이라고 맞고발을 예고한 바 있다. 김 상근부대변인은 “지난 5년간 문재인 정권에서의 고통스런 삶이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으로 이어지고 있는데도 민주당은 반성은커녕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중차대한 선거마저 흑색선전으로 일관해 아수라판을 만들려 하고 있다”고 맹폭했다.
다만 민주당은 윤 후보 측 해명이 거짓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민주당 선대위 현안대응TF(태스크포스)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 윤 후보 측이 만찬 자리가 끝나기 전 후보 몫을 결제했다면서 증거로 제시한 영수증의 계산 시간이 전직 목포시의회 의장의 영수증보다 11분 늦다고 주장했다. TF는 그러면서 윤 후보 측에 만찬비용 계산 여부·계산자·계산 시점, 만찬 비용으로 계산된 7만7000원의 산정 근거 등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한 의원의 페이스북 글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한 의원은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와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의 사진을 올려놓곤 “두 아이의 엄마 김혜경 vs 토리 엄마 김건희, 영부인도 국격을 대변합니다”라고 적었다가 ‘두 아이의 엄마’, ‘토리 엄마’라는 부분을 삭제했다. 자녀가 둘인 이 후보 부부와 자녀 없이 반려견과 반려묘를 키우고 있는 윤 후보 부부의 상황을 대비시킨 표현이다. 과거 유산의 아픔을 겪은 윤 후보 부부의 상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데다 자녀 유무를 국격과 연결 짓는 건 부적절한 언사라는 비판이 빗발쳤고, 한 의원의 선대위 퇴출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한 의원은 결국 전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며칠 전 제 글로 인해 논란과 비판이 있다”며 “그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셨거나 상처받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숙였다. 그는 “결코 여성을 출산 여부로 구분하려던 것은 아니지만 표현 과정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앞으로 더 세심하게 살피고 성찰하는 기회로 삼겠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