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고인 물, 심지어 게으른 기득권이 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선대위 전면 쇄신 카드를 꺼내 든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20일 쓴 ‘반성문’은 절절했다. 정치 인생의 ‘최대 치적’이라 강조해온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로비·특혜 의혹에 대해선 “‘내가 깨끗하면 됐지’ 하는 생각에 많은 수익을 시민께 돌려드렸다는 부분만 강조했지, 부당이득에 대한 국민의 허탈한 마음을 읽는 데 부족했다”며 앞서 ‘관리자로서의 제한적 책임’만 인정했던 입장보다 한층 더 나아간 사과를 내놓았다. 심지어 “저도 민주당이라는 큰 그릇 속에 점점 갇혔던 것 아닌가”,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들겠다”며 자당과도 거리두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10%포인트 내외로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지 않자, 환골탈태 없인 대권도 없다는 당 내외 지적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당도 21일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선대위 개편 방향을 논의하는 등 이 후보 요청에 호응했다.
당도 물갈이 준비를 마쳤다. 송영길 대표는 전날 유튜버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 후보에게 쇄신 문제 전권을 위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 의총 전에는 페이스북에 “모든 것을 비우고 하심, 하방하여 새롭게 다시 출발합시다”라고 말했다. 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김두관 의원이 전날 공동선대위원장직을 내려놓은 데 이어, 이날 이광재·김영주 의원도 차례로 선대위 직책을 벗어던지며 쇄신의 물꼬를 열었다.
다만 이 후보는 구체적인 개편 방향은 당에 맡길 계획이다. 이 후보는 이날 대전 현충원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들겠다’는 전날 발언에 대해 “일부는 마치 당권에 대한 말인 것처럼 곡해하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쇄신 과정에서 이 후보가 당과 선 긋기에 나선 것으로 비치면, 자신의 존립 기반인 당을 부정하는 것으로 오해를 부르며 지지층 이탈의 역효과가 날 것을 우려한 발언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