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분 종합부동산세 고지서가 22일 발송되기 시작한 가운데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늘어난 세 부담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오를 줄은 몰랐다”는 게 공통된 반응이다. 정부는 종부세 부과 대상이 전 국민의 2%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종부세 인상의 파급효과가 고스란히 서민층 주거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인터넷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는 이날 홈택스 등을 통해 종부세 납부액을 미리 확인한 납세자들의 후기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수도권에 아파트 2채를 보유한 직장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지난해 170만원이었던 종부세가 올해는 500만원 정도로 늘었다”면서 “내년에 공시지가가 더 많이 오른다는데 내년이 더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종부세가 늘어난 만큼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겠다는 글도 있었다. 임대인으로 추정되는 B씨는 “종부세 내기 싫으면 집 팔면 된다는 사람은 한번도 집을 안 사본 사람”이라면서 “힘들게 산 집 팔면 양도세를 또 내야 하는데, 은퇴한 노인들은 전세보증금이나 월세 올려서 충당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종부세를 비롯한 보유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임대차 3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신고제) 시행과 맞물려 기존 계약에서 올리지 못한 전세보증금을 신규 계약 때 한꺼번에 올리거나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은 39.9%로 전년 대비 9.8%포인트 증가했다. 월세 비중이 늘어난 만큼 전세 매물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전세 수요자의 숫자는 크게 변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전세난을 부추기는 구조가 됐다. 종부세 인상이 아파트 매매시장의 거래절벽과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나비효과’인 셈이다.
결국 종부세 인상이 정부가 당초 기대했던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양도소득세 인하나 1주택자·고령자 종부세 폐지 등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종부세가 올라도 증여를 하거나 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다”며 “공시가격 상승으로 종부세 외에도 재산세나 건강보험 등 각종 세금이 같이 올랐기 때문에 정부는 (종부세 부과 대상이) 2%라고 하지만 실제 임대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낮춰주는 식으로 다주택자들에게 퇴로를 만들어주지 않는다면 집주인들은 내년에도 계속 버틸 것이고, 세입자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