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모교’ 대구공고 동문들 “5·18 매듭 안짓고 가”…냉소적 반응

전두환 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씨가 동문 체육대회를 찾아 손을 흔들고 있다 뉴스1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망한 23일 모교인 대구 동구 대구공업고등학교. 학교 정문에 들어서자 전 전 대통령의 휘호를 적은 대형 표지석 2개가 우뚝 서 있다. 학교 건물 앞마당에도 전 전 대통령의 ‘모교 방문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기념비에는 ‘제21회 전국기능경기대회’, ‘1986. 10. 13’이라고 적혀 있다. 이 밖에 교정에는 재임 중인 1996년 심은 나무, 전두환의 호 ‘일해’를 딴 정자까지 그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사망 소식이 알려진 이날 대구공고 동문은 전씨에 대한 일반의 평가를 의식했기 때문인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전 전 대통령은 1951년 이 학교를 24회로 졸업했다. 학교 측 관계자는 “역사적 평가가 진행 중인 현시점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40~50대 동문들은 대체로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한 40대 졸업생은 “5·18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광주의 법원에 여러 차례 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과조차 하지 않는 모습에 많은 국민이 실망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만난 3학년 재학생 이모군은 “공도 있지만 워낙 잘못이 뚜렷해서 사망 소식이 슬프거나 하지는 않고 담담하다”고 했다.

 

전씨는 대통령 재임 때부터 모교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 그는 지난 2012년까지 총동문회 체육대회를 찾아 후배들을 격려했지만 검찰의 추징금 환수작업이 시작되면서 학교를 찾지 않았다. 지난 2010년에는 졸업 30주년을 맞은 후배들이 팔순 잔치와 함께 운동장에서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큰절을 올려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재임 중 1986년 모교인 대구공고 교정에 심은 나무. 연합뉴스

국민의 다수의 부정 평가에도 학교와 동문화에서는 전씨를 높이 평가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2012년에는 대구공고 운동장 뒤쪽에 대구교육청 예산으로 지은 건물에 총동창회가 ‘전두환 전 대통령 자료실’을 개관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자료실에는 전씨의 흉상과 군모·군복·지휘도, 생활기록부 등이 전시됐고, 대통령 집무실 형태를 본뜬 소규모 사무실이 마련되기도 했다.

 

이 자료실은 논란 끝에 폐쇄됐다. 자료실로 사용하던 장소는 현재 대구공고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지만 사망 소식이 전해진 이날 오전 문이 잠겨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다. 대구공고 관계자는 “기념관이 폐쇄된 지 10년 가까이 됐다”며 “전 전 대통령이 사망했다고 해서 학교 차원에서 시민들에게 개방한다거나 하는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대구공고 총동문회는 임시회의를 소집해 분향소 설치 여부 등을 논의하고 있다. 동문회는 현재까지 전씨 사망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조만간 분향소 설치와 입장 발표를 할 예정이다. 추승철 동문회 사무처장은 “임시회의 결과에 따라 분향소 설치 여부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며 “지금은 동문들의 입장과 의견을 듣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