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서울연극제에서 4관왕을 차지하며 대호평받은 ‘붉은 낙엽’이 국립극단 초청작으로 12월 8일부터 27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된다. 원작은 미국 추리소설 작가 토머스 H 쿡의 동명소설. 이를 ‘왕서개 이야기’로 지난해 연극가 주요상을 휩쓸었던 김도영 작가와 이준우 연출이 만들었다. 그간 역사 속에서 소외되었던 개인의 역사를 중심으로 한 역사극이나 창작극을 주로 선보여 온 두 사람이 처음으로 소설 각색을 시도하며 관객에게 깊이 있는 연극의 매력을 선사한 작품이다.
극에선 확인되지 않은 사실, 근거 없는 소문, 불안에서 시작된 의심으로 인한 비극적 사건이 벌어진다. 한 가정이 작은 의심으로 인해 붕괴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들 지미가 아동 실종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거론되면서 균열이 생기지 않는 단단한 가정을 원했던 에릭과 그의 가족은 혼란에 빠진다. 에릭은 이번 사건에 더해 기존에 충분히 해명되지 않은 상태로 밀어놓았던 과거까지 끄집어내며 자신의 삶 전체를 되돌아본다. 에릭을 둘러싼 사건 하나하나도 흡입력 있게 전개되지만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거대한 폭풍 속에 휘말린 등장인물들의 세밀한 심리변화 묘사에서 이 작품은 진가를 발휘한다. 배우 박완규는 ‘진실을 알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혀 의심과 믿음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에릭 역을 맡아 내면의 감정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지미 역의 장석환 배우는 누구에게서도 신뢰받지 못하는 소년의 억울함, 원망을 강렬하면서도 섬세하게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