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이 26일 국민의힘 상임선대위원장으로서 활동을 개시함에 따라 '김종인 뺀' 선대위가 본격 가동되게 됐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의 자진 사퇴나 보직 변경을 '원톱' 총괄선대위원장직 수락의 조건으로 물밑 거론해왔다는 점에서 '김종인 합류'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병준 위원장의 거취 문제는 윤 후보와 김종인 전 위원장 사이에 꼬인 관계를 푸는 첫 실마리로 여겨져 왔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라디오에서 "총괄선대위원장과 2명의 상임선대위원장을 두는 것은 옥상옥"이라며 "(김병준 위원장이) 다른 것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지목했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병준 위원장이 직책에서 '상임' 두 글자만 떼어주면 해결될 문제"라며 "김종인 전 위원장도 그렇게 해서 체면을 세워달라는 요구 아니겠나"라고 관측했다.
그러나 김병준 위원장이 이날 간담회에서 자신의 거취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고, 선대위 운영 방향에 대해서만 밝힘에 따라 극적인 상황 반전은 물 건너간 분위기다.
윤 후보 측의 강경한 기류는 간담회 전부터 뚜렷하게 감지됐다.
윤 후보는 전날 기자들에게 "우리 김종인 박사님과 관련된 얘기는 제가 더 말씀을 드리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우리 김 박사님'이라고 예우했지만, 찬 바람이 쌩쌩 불었다. 김 전 위원장으로 공을 넘겼으니 선대위에 합류하든 말든 그의 몫이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는 참모들에게도 "김종인 얘긴 이제 그만하자"고 선을 그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인 전 위원장도 이날 광화문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이 김병준 위원장 회견 내용을 언급하자 "내가 할 말이 없다. 자꾸 물어보지 마라. 그런 질문에 답을 할 필요가 없다"고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윤 후보의 전날 분야별 총괄 본부장 인선에 대해선 '도대체 이 무슨 구태 정치냐'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지난 24일 만찬 회동이 마지막 기회였다는 결과론적 분석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이 상태에서는 김종인 전 위원장이 선대위에 들어와도 '불편한 동거'가 된다"며 "한쪽이 무슨 깨달음을 얻지 않는 한 결합은 끝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그날 달개비 회동이 결국 '하노이 회담' 같은 것이 됐다"고 비유했다.
다만, 물밑 중재 시도는 계속될 전망이다.
윤 후보 측근인 권성동 사무총장은 이날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제 또 다른 방법을 써서 (김종인 전 위원장을) 모셔오는 작전을 펴야지"라며 "그 방법은 비밀"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전날 저녁 김종인 전 위원장 자택에서 김 전 위원장 부부와 와인잔을 기울이며, 선대위 합류를 간곡히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통화에서 "주말 동안 이 문제가 완전히 결론 나도록 해야 한다"며 "잘 정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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