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 세계 지속가능 금융시장의 규모는 어느 정도 될까? 전문가들은 지난해 환경·사회적 이슈를 위해 글로벌 시장에서 조성된 투자금이 약 35조3000억달러였다고 진단하고 있으며, 올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발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회복기금과 사회적 인프라 구축기금까지 더하면 약 38조6444억달러(한화 약 4경6218조8000억원) 규모가 될 거라고 보고 있다.
기후 대응과 그린 뉴딜, 탄소 중립, 코로나19 회복을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이 조성된 셈이다. 다만 아직 이 자금이 명확히 어떤 곳에 투자되고 있다는 데이터는 많지 않다. 아직은 투자처를 구분하고 찾아가는 단계에 있는 셈이다.
전 세계 각국은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세계를 휩쓴 이상 기후와 지난해 발병한 역사상 최악의 감염병인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지구와 인류가 이대로면 지속가능하기 어렵다는 데 공감했다. 그로 인해 다음 세대를 위한 글로벌 공동 아젠다 구축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바로 ‘유엔 SDGs’(지속가능개발목표)와 ‘ESG’(Environment 환경·Social 사회·Governance 지배구조)다. 2015년 파리 기후협약을 시작으로 지난해 세계 최대의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 등 민간금융의 ‘그린 에너지’ 전환 권고로 이어진 ESG는 이제는 글로벌 톱 아젠다가 되었다. SDGs 역시 현재 전 세계의 정부와 의회, 기업, 시민사회 대부분이 이행에 나선 핵심 의제가 됐다.
지난해와 올해는 ESG 및 SDGs 관련된 정책과 법안, 금융이 가파른 진척 속도를 냈다. 먼저 작년 7월 EU 집행위원회가 ‘그린 택소노미’(녹색 분류체계) 규정의 초안을 발표하고, 지난 4월 지속가능 금융 입법안을 발표한 바 있다. 같은달 22일 ‘지구의 날’을 기념해 미국은 40개국 정상을 초청하여 기후정상회의를 열었고, 5월에는 한국 정부 주재로 2차 ‘P4G’(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6월에는 ‘G7(주요 7개국)+한국·호주·인도’ 정상회의가 열렸고, 9월에는 EU 집행위에서 넥스트 제너레이션(Next Generation) 기금을 위한 녹색 채권 프레임워크를 채택했다. 지난달에는 이탈리아에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개최됐고, 이달 들어 영국 글래스고에서 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가 열려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가 최종 제출됐다. 이 자리에선 글로벌 탄소배출거래시장을 규정하는 파리 협약 6조도 합의됐다.
탄소를 감축해 그린 에너지 대전환으로 가기 위한 큰 틀의 로드맵이 천명된 셈이다. 각국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예산을 마련하고 있고, 무엇보다 이를 계기로 지속가능 금융시장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재 전 세계 지속가능 투자금융은 주식을 비롯한 상장지수펀드(ETF)가 50%를 차지하고 있고, 채권 35%, 부동산 3%, 사모펀드(PE), 벤처캐피탈(VC)이 3% 내외 정도다. 재무 관점에서 수익을 창출하면서 동시에 사회·환경적 성과도 달성하려는 목적의 임팩트 펀드도 활발히 조성되기 시작했다. 또 지금까지는 그린 시장이 투자 대상의 대부분을 차지했었으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여파로 회복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 구축과 사회적 채권(SB) 시장도 급속도로 커지면서 관련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유럽발(發) 에너지 대란과 미국발 그린 인플레이션이 이러한 시장의 확대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많은 전문가는 입을 모아 이러한 자금이 대기업과 거대 산업군에만 흘러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표면적으로 그린 전환을 위한 기술과 인력, 산업체계 변환은 대기업이 주도하겠지만, 실제로는 공급망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중견·중소기업에 자금이 유입되어야 기술의 발전과 원자재의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당부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전 세계가 겪은 최악의 위기 중 하나는 단연 공급망 붕괴였다. 각국이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을 걸어 잠그자 가격 급등 등 주요 산업에서 위기를 불러왔다. 단적으로 22개국이 수·출입을 막자 식량 대란과 식품 가격의 급상승을 경험해야만 했다.
마찬가지로 현재 그린 산업으로 가기 위한 핵심기술 개발과 공급망 구축에는 뛰어난 실적을 보인 중견·중소기업이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할 때 그린 에너지 대전환과 탄소 중립을 이룰 수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회복과 그린 뉴딜의 핵심 산업으로 주목받는 물 산업에서는 국내의 뛰어난 중견기업 한곳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국내외 물산업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부강테크(BKT)가 그 주인공으로, 이 회사는 하·폐수 처리 현대화 및 재이용, 에너지 자립형 하수 처리장·가축분뇨 정화처리, 유기성 폐자원 에너지화, 슬러지(
하수 처리나 정수 과정에서 생긴 침전물) 감량, 친환경 데이터센터 구축 및 부지 활용 솔루션 분야 등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보유했다.
실제로 독자 기술인 BBF(Bio-Filtration)를 기반으로 한 ‘프로테우스’(PROTEUS) 기술을 통해 기존보다 하수 처리에 필요한 부지를 60% 이상 절감하고, 서울 중랑물재생센터 등을 완전 지하화하는 데 성공했다. 나아가 지난달 미국 물위원회(The Water Council·TWC)로부터 ‘2021년 파일럿 콘테스트’ 최종 기술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부강테크의 미국 법인인 투모로우 워터(Tomorrow Water)는 기존 하수 처리장 부지에 데이터센터를 건립을 추진해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8월 금융위원회는 3년간 40조원의 정책금융으로 1000개의 혁신기업을 발굴·지원하는 ‘혁신기업 국가대표 1000’ 사업을 발표했는데 부강테크도 이름을 올렸다. 앞서 지난해 12월 특허청은 특허기술 최고상인 세종대왕상을 수여했는데, 부강테크는 혁신기업 국가대표에 이어 이 상까지 휩쓸어 유일하게 양대 시상에서 공동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UN SDGs 협회 역시 ESG를 선도할 최적의 기업으로 여러 차례 지목한 바 있다. 김동우 창업주는 ‘유엔 SDGs 글로벌 지속가능 리더 100 리스트’에 3년 연속 선정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베르나르 아르노 LVMH 그룹, 최태원 SK 그룹, 구광모 LG 그룹 회장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글로벌 ESG 지수인 SDGBI(UN지속가능개발목표경영지수)에서도 국내 환경기업 중 유일하게 3년 연속 글로벌 최우수 그룹에 선정됐다. 이를 통해 테슬라, 인텔, 시스코 등 세계 최고의 기술기업에 버금가는 평가를 받은 셈이다. ESG 금융과 임팩트 펀드가 왜 이러한 혁신기업에 주목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김정훈 UN SDGs 협회 사무대표 unsdgs@gmail.com
*UN SDGs 협회는 유엔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 지위 기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