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9일 선거대책위원회 체제 가동 후 첫 지역 행보로 세종과 대전을 찾으며 대선 ‘캐스팅보트’로 불리는 충청권 표심 공략에 나섰다. 윤 후보는 대전에서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전원자력연료를 잇따라 찾으며 탈원전 정책을 내세운 문재인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한편, 카페에서 청년들과 토크콘서트를 하는 등 2030 세대에 러브콜을 보냈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선대위 회의를 주재한 뒤 곧장 세종으로 가 밀마루 전망대를 방문했다. 밀마루 전망대는 행정중심복합도시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참여정부에서 ‘세종시 설계자’를 자임하는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과 충남을 지역구로 둔 정진석 국회부의장 등이 동행했다. 윤 후보는 전망대를 둘러본 뒤 기자들과 만나 “세종시가 실질적인 수도로서 기능을 확실하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임기 5년 동안 세종에 여러 가지 법적·제도적 장치뿐 아니라 기반시설과 수도로서의 국격 차원에서도 문화와 예술, 교육, 또 학계와 정부 인사들이 서로 만나 치열한 정책 토론을 벌일 수 있는 장까지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특별법을 만들어 세종에 행정수도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힌 데 대해선 “개헌이라든가 법 개정은 국민 전체의 합의에 따른 문제”라며 그보다는 행정수도로서의 기능을 실질화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또 청와대의 세종 이전에 관한 질문에는 “일단 청와대 제2 집무실을 (세종에) 이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세종 주변 지역에 과학기술단지를 더 육성시켜서 우리나라 미래의 중심 ‘신중부시대’를 열도록 하겠다”고도 역설했다. 이날 현장에 몰려든 윤 후보의 지지자들은 “정권교체 윤석열”, “꼭 당선돼서 나라를 구해주세요” 등을 외쳤다.
윤 후보는 이후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전원자력연료를 잇달아 찾아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었다. 윤 후보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원인에 대해 묻는 등 설명을 듣는 중간 중간 궁금한 내용을 물어보기도 했다. 그는 지난 26일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무지가 무른 재앙”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당내에서 과학기술에 조예가 깊은 인사들로 꼽히는 김영식·이영 의원이 함께 했다.
연구원·노조·카이스트 학생들과 간담회까지 마친 후 대전 유성구의 한 카페로 이동한 윤 후보는 ‘With 석열이형’(석열이형과 함께)이란 콘셉트로 지역 청년들과 토크콘서트를 했다. 다만 앞의 행사들과 마찬가지로 청년뿐만 아니라 중장년, 노년층 지지자들이 모두 몰려 카페 내부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카페 인근에서는 윤 후보를 비판하는 청년 몇 명과 지지자들 간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선대위 첫 회의에서 자신을 “충청의 아들”이라고 강조한 윤 후보는 중원 공략 이틀째인 30일에는 충북 청주를, 마지막 날인 내달 1일엔 충남 천안과 아산을 찾을 예정이다. 한편, 당 안팎에선 윤 후보가 선대위 가동 후 첫 지역 일정이 충청 방문인 것을 두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선대위 합류 가능성이 작아진 상황에서 김병준 위원장을 사실상 선대위 ‘원톱’으로 밀어주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는 것 아니냔 해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