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희귀병을 앓는 아들을 위해 치료약을 독학으로 만든 아버지의 소식이 전해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젊은 아버지는 어린 아들을 위해 집에 실험실을 갖추고 구하기 어려운 약을 직접 만들었고, 이 약이 아들의 희귀병에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지난 28일 중국 대기원 등 외신은 아들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집에 실험실까지 갖추고 병을 연구한 윈난성 쿤밍시에 사는 쉬 웨이(30)의 사연을 소개했다.
그의 2살배기 아들 하오양은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멘케스 증후군’(Menkes syndrome)을 앓고 있었다. 멘케스 증후군은 남성에게만 나타나는 희귀 유전질환으로, 구리를 흡수하지 못해 발생한다. 이 질환은 윤기 없이 꼬인 모발과 특이한 얼굴 모양, 발육 지연 및 퇴행성 신경장애가 주 증상이다.
멘케스 병은 생후 2~3개월 사이 발병하며, 환자는 대개 3세 이전 사망한다. 이 병은 조기 대처로 신경학적 증상이 생기는 것은 막을 수는 있지만, 확실한 치료제는 없다. 먹는 약이나 주사제로 ‘구리 히스티딘’ 성분을 투약하는 게 최선인데,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그저 생명을 연장하는 것뿐이다.
쉬의 아들이 희귀 질환 진단을 받은 건 생후 6개월 때였다. 하지만 중국에선 구리-히스티딘을 구할 수 없어 치료에 애를 먹었다. 해외로 눈을 돌렸지만 코로나19 국경 봉쇄에 부딪혔다. 그 사이 아들의 병세는 점점 악화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던 아버지는 아들을 살리고자 직접 약물을 제조하기에 이르렀다.
쉬 웨이는 지난해 집 한쪽 작은 다용도실을 실험실로 개조해서 그곳에서 하오양의 치료약을 만들었다. 그는 장비와 원료를 구해와 연구에 돌입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600편에 달하는 관련 논문을 찾아 읽고 또 읽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손에서 놓은 영어를 해석하려 번역기까지 동원했다. 그의 가족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만류했지만, 죽어가는 아들을 가만히 볼 수 없던 아버지에게는 그 방법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뼈를 깎는 노력 끝에 쉬 웨이는 아들 하오양을 살릴 치료약을 완성했다. 연구 시작 6주 만의 일이었다. 그는 완성된 약을 먼저 토끼에게 먹여 안전성을 확인한 후 복용량을 차츰 늘리는 방식으로 아들에게도 약물을 투여했다.
놀랍게도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치료 시작 2주 만에 아들의 병세는 호전됐다. 혈청 구리 농도도 정상을 회복했다.
쉬 웨이는 “아들을 살릴 수만 있다면 뭐든 해야 했다. 내겐 선택지가 없었다”면서 “위험을 감수하고 약을 먹이든, 이대로 아들이 죽는 걸 지켜보든 둘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그의 사연이 전해지자 같은 처지의 부모들 연락이 쇄도했지만, 쉬 웨이는 “규정상 한계가 있다. 내 아이만 책임지겠다”며 어렵게 부탁을 거절했다.
실제로 현지에서는 그의 사례 이후 약물 제조 자격 문제와 등 법적 규제 논의가 일었다. 어떤 약물이든 관계 당국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해당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서다.
쉬 웨이는 일단 ‘약물’이 아닌 ‘화합물’을 제조한 것이란 주장으로 법망을 벗어났다.
이와 관련해 윈난성 의약품관리국 관계자도 “의약품이 아닌 경우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