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좀 살 만해지나 싶었는데… 인원수를 또 줄이면 먹고살 수가 없어요. 광화문 가서 시위라도 할 겁니다.”
30일 서울 동작구의 한 고깃집에서 만난 업주 백모(64)씨는 전날 발표된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별방역대책에 대해 묻자 한숨부터 쉬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세를 잡기 위해 사적 모임 인원을 제한하거나 식당·카페의 미접종자 모임 인원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백씨가 예약 손님을 적어놓는 달력은 11월 이전과 이후가 극명하게 다른 모습이었다. 11월 이전에는 예약이 없어 텅텅 비어 있었지만,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시작된 11월부터는 단체 예약 손님들의 명단이 꽉 차 있었다. 덕분에 이달 매출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90% 수준까지 회복했다. 오랜만에 ‘장사할 맛’을 느꼈던 백씨에게 방역수칙을 또다시 조일 수 있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다. 백씨는 “우리처럼 밥장사를 하는 곳은 인원수가 중요하다. 인원 제한을 강화하면 장사에 치명적”이라며 “코로나19 사태로 약 2억원의 손해를 봤다. 앞으로 장사해서 메꿔야 하는데 인원 제한이 다시 강화돼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영업자들은 일상회복 2단계 보류 자체로 이미 장사에 타격을 입고 있다고 호소했다. 연말 회식이나 약속을 취소하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 이모(28)씨는 “방역수칙이 완화되면서 연말에 약속이 많이 잡혔었는데 회사에서 회식을 자제하라고 해서 팀·부 단위 회식이 모두 취소됐다”며 “11월 들어서 상황이 조금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한식당 관계자도 “위약금을 물고서라도 12월 예약을 취소하겠다는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조지현 전국자영업자비대위 공동대표는 “위드 코로나 전환 후 일일 확진자가 늘어나는 것은 정부도 예상했던 일 아니냐”며 “자영업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결정을 번복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일제강점기에 개업해 소설가 이상의 ‘날개’에도 등장했던 한반도의 첫 경양식 식당 ‘서울역 그릴’이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을 버티지 못하고 이날 폐업했다. 1925년 10월 문을 연 서울역 그릴은 한국전쟁과 외환위기 등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96년간 영업을 이어왔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타격은 비껴가지 못했다. 서울역 그릴 폐업 소식이 알려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추억의 장소인데 사라진다니 아쉽다“,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것 같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