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가 사상 첫 ‘11조원 예산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올해 본예산 10조6548억원보다 5979억원(5.6%)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일상회복과 신성장 동력확보, 취약계층 등의 집중 투자를 위해서다.
경북도의 민선 7기 동안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는 바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지 확정이다. 수십년 동안 답보상태에 머문 통합신공항 이전지를 군위군 소보면과 의성군 비안면으로 확정짓는 대역사를 썼다. 현재는 공항 연결 철도 건설과 기반시설 논의가 차례로 이뤄지고 있다. 신산업 기반 구축과 기관 청렴도 최고 등급 달성 등 값진 성과도 거뒀다. 경북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신성장 동력과 미래먹거리 확보를 위한 각종 정책 아이디어 발굴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
◆중앙선 안동~영천 ‘복선 전철’로… KTX-이음 관광 활성화
중앙선 복선전철화(도담~영천)사업 중 유일하게 단선으로 설계된 안동~영천 구간이 복선으로 변경됐다. 이 구간을 복선으로 변경하는 사업 계획안이 지난달 26일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사업비는 4조443억원에서 4조1984억원으로 1541억원 늘었다.
중앙선 복선전철화 사업은 낙후한 중부내륙 지역의 5대 간선철도 중 하나인 중앙선 철도의 수송 분담률 확대와 교통여건 개선에 목적을 둔다. 하지만 안동~영천 구간만 유일하게 단선으로 설계됐다. 이 때문에 병목현상에 따른 열차 안전운행과 운영 효율 저하가 우려돼 중앙선을 일괄 복선으로 깔아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번 심의 통과로 서울과 부산을 잇는 철도 중 유일하게 단선 전철로 공사 중이던 안동~영천 구간은 열차 안전·운영 효율화 등을 반영해 2023년 말 개통에 맞춰 일괄 복선으로 추진된다.
올해 초 개통한 청량리~안동 구간 KTX-이음은 경북 북부권을 KTX 생활권으로 만들어 문화관광 활성화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중부내륙에 고속전철시대가 열리면서 서울과 안동의 거리가 더 가까워진 것이다. 이 열차의 최대 속도는 시속 260㎞다. 청량리에서 출발해 경기 양평, 강원 원주, 제천을 거쳐 안동에 도착한다. 운행시간은 2시간3분이다. 기존 무궁화 열차 운행시간인 3시간36분보다 1시간33분 앞당겨졌다. 서울∼안동 2시간 시대가 열림에 따라 관광이 활기를 띠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신형 고속전철 도입으로 안동은 물류, 교통 분야 혁신을 경험하고 있다”며 “수도권의 반나절 생활권에 포함된 경북 북부권이 동반 성장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했다.
◆온고지신 정책 발굴… 한글산업·메타버스 선점
경북도는 ‘한글산업’ 몸집을 키운다. 한글산업이라고 하면 다소 생소할 수 있는데 한글 콘텐츠를 산업화해 지역경제를 견인하는 데 목적을 둔다.
경북도는 한글산업 육성의 최적지라고 봤다.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한글의 창제원리와 사용법을 설명한 ‘훈민정음해례본’이 1940년 경북 안동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북은 훈민정음 보급을 위한 ‘간경도감’이 설치된 지역이다. 문학작품과 한글 편지, 내방가사, 음식 조리서 등 수많은 한글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한글산업 육성을 위한 경북도의 밑그림은 이렇다. 한글문화·콘텐츠산업 육성으로 미래먹거리와 일자리를 만든다. 한글 전문가 토론회와 한국국학진흥원 내에 훈민정음 뿌리사업단도 발족했다. 또 한글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한 연구·조사와 한글문화를 즐길 수 있는 한글사랑실천 운동을 추진했다. 지역에서 창작된 한글 유산들을 바탕으로 ‘경북형 한글 글꼴’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용역에 착수한 상태다.
경북도는 미래산업의 패권으로 주목받는 ‘메타버스(가상현실)’ 활용에 적극적이다. 지난달 경북도는 싸이월드 미니홈피로 익숙한 싸이월드제트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싸이월드에 메타버스 방식으로 입점해 지역 농특산물을 판매할 예정이다. 안동 한우와 구룡포 과메기, 청송 사과 등이 대표적이다. 결제는 싸이월드 결제수단인 도토리나 싸이페이 등을 활용한다. 이렇게 싸이월드에 둥지를 튼 지자체는 경북도가 처음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2028년 개항 예정인 통합신공항도 싸이월드에 메타버스로 구현해 면세품 구매를 할 수 있도록 한다”며 “독도와 안동 도산서원 같은 상징적인 지역 명소도 싸이월드를 통해 경험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경북도는 행정에 메타버스를 도입했다. 코로나19 시대에 행정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플랫폼으로 메타버스를 선택한 것이다. 실제 지난달 롯데마트와 지역 우수 수산물 판로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체결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