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 문제가 터졌다.”
대선을 100일도 남기지 않고 벌어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당무 거부’ 사태를 두고 당내에서는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 대표 사이에 쌓인 해묵은 갈등이 선대위 인선으로 폭발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 후보의 입당 방식을 둘러싼 충돌을 시작으로 TV토론회 중심의 경선 룰,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합류와 선대위 인선·일정 공유까지 윤 후보와 이 대표 측은 당의 주도권을 놓고 파열음을 빚고 수습하길 반복해왔다.
이 대표는 잠행을 결심한 지난달 29일 전후로 가까운 인사들에게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이 반대한 경기대 이수정 교수가 선대위 공동위원장으로 임명되는 등 마찰을 빚은 인사들이 선대위에 속속 합류한 데다 후보 직속의 청년조직 신설 등에 자신의 인사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윤 후보 측근 인사의 선대위 자리 나눠 갖기가 대선에 캠페인과 전략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누차 경고해왔다. 멀게는 윤 후보 입당 과정의 당 대표 패싱, TV토론 중심의 경선 룰, 윤 후보 캠프를 겨냥한 ‘하이에나’ 발언 등으로 양측의 갈등은 계속 누적돼왔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광역자치단체장 후보 전원 경선과 공직후보자 자격시험 등으로 당의 체질 변화를 도모하겠다는 이 대표의 구상이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윤 후보 측 인사들의 반발을 사는 점도 이 대표의 입지를 좁게 만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기습 잠행에 내부적으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 많지만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윤석열·이준석’ 조합이 깨져서는 안 된다는 데 중론이 모이고 있다. 윤 후보 측도 그간 이 대표에게 쌓인 불만에도 공개적인 반응을 자제한 채 이 대표의 진의 파악에 매진 중이다. 한 중진 의원은 “국민에게 윤석열·이준석 싸움은 내부 권력투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결국 윤 후보가 이 대표를 품는 정치력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전격적인 갈등 해소를 위해 윤 후보와 이 대표의 회동이 선대위 출범식이 열리는 6일 전에는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