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국가들은 세계화 과정에서 파생된 양극화와 빈부격차의 극적 확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표방하는 개인의 능력과 시장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세계화는 뜻밖에 부작용을 낳았다. 강자는 쉽게 더욱 강해지고, 약자는 갈수록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됐다. 불안과 분노로 가득 찬 국내 정치 환경은 점차 극단적인 갈등의 온상으로 치달으며 분열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재명 지사나 윤석열 총장의 부상은 이러한 불안과 분노에 기반한 국내 정치 환경의 토양을 먹고 자라났다. 국제적으로 자유주의적인 대외정책을 추구할 국내적 기반과 동력도 약화됐다. 무역에 의존하는 전형적인 통상국가인 한국에는 이러한 국제 정치경제의 추세가 국가적인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본격화된 미·중 전략경쟁은 총을 쏘지 않고 진행되는 전쟁의 양상을 띠고 있다. 중국은 이미 2019년 미·중 전략경쟁을 장기전쟁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미국 역시 극단적인 혐오와 전쟁 심리를 갖고 중국을 대하고 있다. 차기 5년은 세계화로 복잡하게 얽힌 상호 의존의 세계, 미·중 전략경쟁으로 인한 지역화와 탈동조화, 그리고 국내 정치적인 분열과 갈등이 상호 연동되면서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크게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자유주의적인 패권질서 속에서 안주하던 한국의 외교안보 역량은 이제 적나라한 시험대에 직면하게 됐다. 그러나 한국의 외교안보 영역은 과거의 좁은 ‘우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분법적인 편가르기와 당파성에 입각한 연역적 사유가 지배적이다. 과거 보수와 진보는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가 관용적인가 여부로 구분했다. 최근 들어 핵을 가진 북한과의 공존은 선호와는 관계없이 보수와 진보 모두가 불가피한 것으로 인식하는 듯하다. 대신 중국에 대한 태도 여부가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는 표준처럼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종종 친중으로 비난받는다. 진보는 중국에 대해 지나치게 관용적이라는 것이다. 보수는 중국에 맞서는 미국과의 동맹을 더욱 튼튼히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후보 측 공약을 보면, 문재인 2.0을 보는 것 같고, 대한민국의 외교안보 정책이라기보다 대북 외교가 그 주요 내용을 차지한다. 이 후보는 일본에 대해서는 대결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고 드러낸다. 윤 후보의 공약을 보면, 한·미동맹이 만능의 보검처럼 보인다. 게다가 윤 후보의 ‘사드’ 발언에서 드러나듯이 중국에 대해서는 공공연한 적대 감정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