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로 흔들려온 중국 2위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채무 상환이 어려울 것이라고 공시했다. 공식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 직전까지 내몰린 상황이다.
3일 차이롄서(財聯社)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헝다는 이날 밤 홍콩 증권거래소 공시에서 2억6000만 달러(3075억원)의 채무 상환 의무를 이행하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유동성 위기 때문에 이를 상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헝다는 이 채무를 갚지 못하면 다른 달러 채권 조기 상환 요구를 받을 수 있다고 공시했다.
헝다의 채무 불이행이 현실화될 경우 전체 달러 채권의 연쇄 디폴트로 이어질 수 있다. 헝다의 달러 채권 규모는 192억3600만달러(약 22조7000억원)에 달한다.
중국 당국은 급히 불끄기에 나섰다. 광둥성 정부는 이날 밤 쉬자인(許家印) 헝다 회장을 ‘웨탄(約談)’ 형식으로 불러들였다. 웨탄은 정부 기관이 감독 대상 업체나 기관을 공개적으로 불러 질타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다.
광둥성 정부는 헝다의 요청에 따라 효과적으로 위험을 해소하고 사회 안정을 지키기 위해 업무팀을 헝다에 파견해 리스크 관리 및 내부 통제 강화를 통해 회사 운영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조 위안(약 371조원) 이상의 부채를 짊어진 헝다는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당국의 부동산 억제 정책의 영향으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올해 10월부터는 세 차례나 가까스로 달러 채권 이자를 갚아 디폴트를 모면했다.
헝다는 이달 6일까지 총 8249만 달러(약 976억원)의 달러 채권 이자를 갚지 못하면 공식 디폴트를 내게 된다. 헝다 계열사인 징청(景程·Scenery Journey)은 당초 채권 이자 지급일인 지난달 6일까지 2건의 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는데 유예 기간의 데드라인이 이달 6일이다.
헝다는 올해 추가로 4건의 달러화 채권 이자를 막아야 한다. 또 내년까지 상환해야할 달러화·위안화 채권 규모는 74억 달러(약 8조7500억원)에 달해 숨 돌릴 틈이 없는 상황이다.